▲ 김영삼씨 | ||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원래 직업을 방송에 적절히 대입시키며 때론 ‘엽기적’이기까지 모습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벤트 MC였던 김제동, 치과의사 개그맨 김영삼, 과학강사 장하나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 따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방송인 못지 않은 재담과 실력을 자랑하기에 그들을 ‘방송가를 주름잡는 용병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하다.
인기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 KBS <개그콘서트>(개콘)에 출연중인 김영삼씨. 그는 현재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사람사랑 치과’의 원장이다. 개콘에서 ‘안다박사 김 박사’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도 그는 ‘치의학 박사’인 것.
그는 지난 2001년 KBS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지만 약 2년간 무명생활을 했다. 간간이 재연배우로 출연을 하기도 했고 1∼2초간 스치듯 개그프로에 나오기도 했다.
김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야 했고 등록금을 줄이기 위해서 대학교도 국립대를 지원했다고 한다.
요즘 김씨는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개콘 출연자들과 함께 연습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일주일에 3일은 병원근무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은 항상 녹초라고.
혹시 그가 인기를 얻은 후에 그의 병원에도 환자가 늘지는 않았을까. 개그맨 의사를 보고 싶어 ‘같은 값이면’ 그의 치과를 찾을 법도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의사가 경망스럽다’며 발길을 끊은 지 오래라고.
김씨는 “맨날 사랑니만 뽑고 있다. 돈이 없어 (인터뷰를 하기) 조금 전에도 현금서비스를 받아왔을 정도”라고 ‘고백’한다. 그는 “방송 출연료로 간호사들 월급을 주기에도 빠듯하다”며 “병원이 점점 망해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배어 있었다.
▲ 장하나씨 | ||
전공이 생물학인지라 인체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흥겹게 풀어내 ‘제2의 구성애’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강의와 방송에서는 ‘성역’ 없는 내용들이 재미있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생식기는 보호돼야 하기 때문에 몸 안에 있는 게 보통이지만 남성의 것은 밖에 있습니다. ‘통아저씨 춤’을 추면 생식기 위치를 알 수 있는데, 남자는 저랑 흔들리는 모양이 다를 걸요?(통아저씨 춤을 추며)”
장씨의 방송 ‘데뷔작’은 SBS <진실게임-진짜 강사를 찾아라> 편. 우연히 그녀의 인터넷 강의를 본 방송작가의 권유로 출연하게 된 장씨는 첫 방송에서 그녀만의 독특한 ‘엽기성’ 때문에 가짜 강사로 낙인찍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고.
그녀는 실제 수업시간에 춤을 추거나 뛰어다니면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학창시절 공부를 할 때도 박수를 치면서 암기를 하는 등 ‘맛이 간’ 학생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의 독특한 어투도 이채롭다. 서울 토박이임에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교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이국적인(?) 어투에 대해 장씨는 “학생들에게 똑똑한 발음으로 강의를 하려다 보니까 일반인들의 억양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재 장씨는 오프라인 강좌는 잠시 접어둔 상태로 일주일에 3회 온라인상에서만 강의를 하고 있다.
▲ 김제동씨 | ||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와의 인연으로 공중파 방송으로 진출하게 된 그는 ‘0.1초 안에 튀어나오는 애드리브의 마술사’로 불리며 관객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그의 개그에 말문이 막힌 영화배우 최민수는 ‘너는 혁명이야’라는 말로 그의 개그 스타일을 평하기도 했다고. 현재 SBS <콜럼버스의 대발견>, <폭소클럽>, KBS <행복채널> 등에 출연하고 있으며 여타 프로그램 및 이벤트 행사에서도 출연 섭외가 폭주하고 있다.
김씨는 데뷔하게 된 계기도 매우 ‘애드리브적’이었다고 한다. 윤도현 밴드가 대구 지방에 공연을 갔을 때 악기 튜닝 관계로 시간이 지연되자 무대 위로 뛰어오른 김씨가 한동안 관객들을 웃겨 공연이 잘 마무리됐다는 것. 그때 윤도현과 인연을 맺은 것이 오늘날 공중파 진출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