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대권을 향해 한걸음씩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
특히 진 장관이 국정원 출신 인사를 자신의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한 사실이 정치권과 정통부 일각에 알려지면서, 진 장관의 의중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러면서 진 장관이 ‘대망’을 향해 서서히 ‘워밍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치엔 관심 없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출마설’은 꼬리를 잇고 있는 것. 2006년 서울시장 출마설부터 2007년 대선 출마설까지 구구한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진 장관측은 이에 대해 “정치권 기반이 없는 진 장관이 어떻게 정치를 시도할 수 있겠느냐”며 일각에서 제기된 출마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 장관측 주장대로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만 나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군불 지피기’에 나선 것일까.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정치권과 정통부 안팎에서 진 장관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쯤이다. 당시 진 장관은 자신의 핵심 측근이나 마찬가지인 정책보좌관 자리에 국가정보원 출신 임형찬씨를 임명하면서부터다. 임 보좌관이 임명된 사실이 ‘은밀히’ 나돌면서 여의도 정가와 정통부 일각에선 “진 장관이 차기 지방선거나 대선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현역 국정원 직원을 행정부처 장관의 보좌관으로 임명한 첫 사례였기 때문에 그 임용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컸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임 보좌관은 13년 동안 국정원 경제단에서 주로 근무했다. 그는 참여정부 조각 발표 이후인 2003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정통부 담당 직원이었다. 당시 정통부를 드나들면서 진 장관과 처음 교류를 갖게 됐고, 진 장관의 신임이 매우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보좌관이 지난해 8월 국정원에 사표를 내고 진 장관의 보좌관으로 오자, 정통부 일각에선 “진 장관이 직접 정치할 뜻이 있어 참모진을 꾸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임 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진 장관은 내가 IT업계와 중소기업 동향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좋게 보신 것 같다”며 “(진 장관이) ‘보좌관으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 제의했고, 나도 IT분야에서 새로운 인생의 승부수를 던져보고 싶어서 보좌관으로 오게 됐다”고 해명했다.
‘진 장관의 차기 선거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보좌관으로 간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진 장관은 일각에서 차기 서울시장 출마설이나 대권도전설이 나올 때마다 상당히 곤혹스러워 한다. (진 장관은) ‘왜 자꾸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 장관은 “정치할 뜻이 없다”는 점을 주변사람들에게 강조한다는 게 그의 전언.
그럼에도 여권에선 ‘정동영-김근태-이해찬’ 등 차기 대권주자군 외에 진 장관과 주미대사로 내정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고건 전 총리 등이 ‘제3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진 장관 등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 후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노인 폄훼발언’으로 정치적 타격을 받은 데다, 향후 대선 가도에서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호남 출신인 정 장관에 대한 영남 민심이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선 미국과 재계의 거부감이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진 장관은 이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게 여권의 일각의 분석이다.
▲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진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 ||
열린우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은 진 장관을 상당히 신임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도 진 장관을 자주 칭찬하곤 한다. 특히 ‘실용성’과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진 장관이 차기 대권주자군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에게 제출한 ‘정치기부금 고액기부자 명단’에도 진 장관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라 총선 직전이 지난해 4월14일까지 정치기부금을 낸 기부자 명단을 보면, 진 장관은 열린우리당 실세인 문희상 의원과 당시 당 의장을 맡고 있던 신기남 의원, 정통부 차관 출신인 변재일,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진표 의원 등에게 50만~1백만원씩 후원금을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서도 정치권 일각에선 “정치권 기반이 취약한 진 장관이 장래를 염두에 두고 정치기부금을 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 장관에 대한 각종 출마설이 탄력을 받는 데는 최근 들어 ‘삼성맨’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월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11월엔 한행수 삼성 E&C(주) 회장이 대한주택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12월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까지 주미대사로 내정됐다. 그러면서 진 장관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 장관은 최근 한 측근인사에게 “난 삼성에 있을 때 장관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서 성실히 하면 다음 길이야 정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것. 진 장관이 향후 거취와 관련해 언급했던 이 발언은 각종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현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진 장관의 한 측근은 “진 장관은 장관직을 마친 다음에나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벌써부터 ‘노골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게 진 장관측의 계산인 듯싶다.
정부는 조만간 소폭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지만, 진 장관은 유임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최소한 1년 내지 1년 반 이상은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진 장관이 현재는 “정치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진 장관 측근의 설명대로 “장관 이후의 거취는 그때 가서 결정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