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 | ||
다소 황당하고 과장된 상황들을 설정, 일반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몰래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 최근 또다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SBS TV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연출 남승용)의 한 코너인 ‘리얼 시트콤’이 바로 그것.
‘과거의 몰래카메라 프로그램들을 재탕한 것’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돌발상황과 연예인을 능가하는 일반인들의 끼와 재치 덕분에 늦은 밤시간대의 프로그램임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은 ‘그 뒷얘기를 알려달라’는 네티즌의 요구로 도배될 정도다. 방송에 소개되지 않는 ‘리얼 시트콤’의 뒷얘기를 공개한다.
리얼 시트콤은 일반인과 연기자의 소개팅 상황을 설정한 후 여러 가지 돌발 변수를 접목시켜 이 사실을 모르는 일반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프로그램.
시청자들은 ‘소개팅 그후’를 궁금해하지만 상대를 속이는 역을 맡은 연기자들은 말 그대로 ‘연기’에 충실했을 뿐이기 때문에 이 만남이 교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시험 대상’이 된 남성들의 경우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안타까워한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속은 사실이 억울한 건 둘째치고 잠깐이나마 ‘흑심’을 품었던 미모의 여성과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속 쓰려한다(?)는 것.
▲ ‘리얼 시트콤’ 방송 장면. | ||
때로는 반협박조(?)로 나오는 이들도 있단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열심히 공부만 하는 줄 안다. 만약 방송을 보시면 당장 다음달부터 생활비를 끊을 것이다. 그러면 방송사에서 내 생활비를 대신 줄 거냐’며 ‘방송불가’를 외치곤 한다는 것. 이럴 때면 제작진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때로는 방송 촬영시간과 거의 맞먹는 시간 동안 출연자를 설득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끝내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새로 촬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방송에 내보내는 한두 편을 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여섯 편 이상의 ‘예비분’을 촬영한다고 한다.
너무 눈치 빠른 출연자도 제작진으로선 골칫거리. 일부 출연자는 촬영중간에 “이거 혹시 리얼 시트콤 아니에요?”라고 묻는 바람에 상대역을 맡은 연기자를 움찔하게 만든다고. 이때 능청스럽게 대처하지 못하면 의심을 사게 되고 결국 상황이 ‘폭로’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제작진은 출연자를 선택할 때부터 ‘성향’을 면밀하게 조사할 수밖에 없다. 일단 ‘TV를 잘 보지 않아 리얼 시트콤의 존재를 잘 모를 것’, ‘여자 친구가 없을 것’ 등등의 몇 가지 ‘섭외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고.
작가 최문경씨는 “처음엔 제작진들이 아는 사람들을 속여서 출연시켰지만 지금은 한 번 출연했던 출연자들이 거의 모두 ‘공범’(?) 수준”이라고 밝혔다. ‘너도 한 번 당해보라’는 놀부 심보라고 해야 할까. 촬영은 했지만 각자 사정을 읍소해 방송을 타지 않았던 출연자들이 자기 친구나 아는 사람을 그럴싸하게 속여 데리고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일반인을 속이는 ‘상대’ 역을 맡는 이들은 대부분 연기자지망생들. 한 번 출연하면 소위 ‘얼굴이 팔려’ 또다시 출연시키지는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한다. 초창기에 출연했던 한 미모의 여자 연기자의 경우 인터넷 카페에 팬클럽이 결성돼 ‘리얼 시트콤’의 위력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제작진으로서는 촬영장소를 섭외하는 게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다. 소개팅의 특성상 주로 카페가 촬영장소가 되는데 카메라를 네 대나 설치해야 하고 제작팀들이 모두 숨어있을 장소가 있어야 하므로 입맛에 딱 맞는 곳을 찾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는 것.
그나마 운 좋게 적당한 장소를 찾아도 ‘영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주인들이 거절하기 일쑤다. 물론 대여비 명목으로 카페에 하루 30만원 정도를 지급하지만 이를 마뜩지 않아 하는 주인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김경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