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가 바람막이 역할
전 정권을 겨눴던 국회의 칼이 무딜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칼끝이 공교롭게도 실세 중 실세를 겨눴기 때문이었다는 말이 정가에 크게 회자하고 있다. 여야가 증인 채택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하고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문을 닫아야 했는데 모든 게 ‘빅초이’ 덕이란 말이 나온다. 7일까지가 특위 시한이지만 여야 간 협상이 계속 불발하면서 국정조사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론도 고개를 든다.
새정치연합은 국조특위 활동기간을 더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고, 또 청문회 증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그리고 최 부총리 등 ‘빅5’를 지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모두 거부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머지는 볼 일 없지만 최 부총리는 현재 한국경제를 진두지휘하는 경제수장이자 친박계의 차기 주자여서다.
최 부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자원외교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 인수에 관여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인수를 지시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가에선 자원외교를 지휘했던 지경부와 연관이 왜 없었겠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런 타이밍에 정가에선 최 부총리가 여의도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말도 들린다. 돈을 풀어 내수를 북돋우는 일명 ‘초이노믹스’가 당장 부동산 경기 붐과 40조 원의 안심대출로 연결되면서 저평가를 극복할 기미가 보이는데, 이때가 귀환 타이밍이 좋다는 것이다. 최경환 여의도 복귀설은 5월, 7월, 9월설로 돌고 있다.
5월설은 4월 재보선 결과를 보면서 야당의 원내지도부가 바뀌는 시점에 복귀를 물타기 한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을 뒤로하고 야권분열에 따른 새누리당 승리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광주를 뺀 수도권 3곳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데 만약 두 곳 이상에서 승리할 경우 초이노믹스에 대한 평가도 스며 있다는 논리다.
7월설은 최 부총리의 임기 1년을 채우는 달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가동되고 20대 공천 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는데 친박계에선 허리 역할을 해줄 인물이 없다고 난리다. 서청원 최고위원이나 이정현 최고위원(지명직)에게 맡기기엔 힘이 모자라고 윤상현, 김재원 의원은 체급이 달려 공격수로서 최 부총리가 필요하다는 명분이 나온다. 김무성 당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이야기하면서 친박 학살이 자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읽힌다.
9월설은 올해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자연스럽게 복귀한다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현재 당 지도부가 비박계로 재편된 가운데 최 부총리의 복귀를 누구 하나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각에선 자원외교 논란이 종지부를 찍지 않는 다음에야 ‘빅초이’의 복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래저래 여권에선 최경환 장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고, 향후 역할에 대해 끊임없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세이기 때문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