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세력재편의 핵으로 떠오른 이강철 집행위원(왼쪽)과 안희정씨. | ||
그러나 파문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인사제청권자인 이해찬 총리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여당내 강경파들도 정부내 인사시스템의 총체적인 점검과 책임자 문책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인사 파문은 향후 정부내 세력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정치권은 예상하고 있다. 당장 청와대내 대표적인 호남인맥인 정 수석의 낙마가 한동안 잠잠했던 호남소외론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야인생활을 접고 여당의 지도부로 화려하게 복귀한 이강철 열린우리당 집행위원의 모습과 정 수석의 낙마가 오버랩되면서 당내에는 묘한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이 위원이 당과 청와대간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영남 인사들의 발언권이 높아진 반면 호남지역 정치인들의 심기는 상대적으로 불편해진 것.
더욱이 이 위원이 지난해 말부터 정 수석을 이을 청와대 인사수석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당내의 영호남 갈등은 서서히 온도를 높여왔다. 호남출신의 당 관계자는 “호남지역 정치인들은 이번 정 수석의 낙마와 이 위원의 복귀를 ‘영남 약진과 호남 쇠퇴’의 전주곡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얼굴을 붉혔다.
이번 인사 파문의 불똥은 인사 파문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엮여있는 정부내 연세대 인맥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소한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를 중심으로 한 미묘한 움직임이 하나둘씩 포착되면서 이러한 분석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단행된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는 안 씨의 입김이 작용한 대표적인 흔적. 지난 대선자금 수사당시 안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진국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 정치권은 ‘풍문’이 ‘사실’이 된 경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게다가 참여정부 초기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였던 이호철씨가 맡았던 민정비서관에 안씨의 변호를 맡은 바 있는 전해철씨가 일하고 있어 여권내에서는 “‘안희정 라인’이 민정수석실을 접수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안씨 본인의 당 복귀론도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열린정책연구원 부소장’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