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수남씨가 ‘황혼이혼’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KBS <체험, 삶의 현장>에 출연한 서씨. | ||
대부분의 방송관계자들도 서수남의 이혼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던 듯한 눈치다. 서수남 자신도 지난 1년여 동안 적잖은 맘고생을 했을 터인데 오히려 더욱 활발한 방송활동을 해오고 있어 이 소식을 들은 지인들 또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서수남은 지난해 11월23일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이혼 확정 판결을 받고 전 부인 김아무개씨(52)와 헤어진 상태다. 현재 서수남은 지난 2001년 이사한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여든이 넘은 노모와 세 딸과 살고 있다.
기자는 서수남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먼저 14일 잠깐 이뤄진 통화에서 서수남은 “그 일(이혼)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난감함을 표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지난 16일 두 번째 통화에서 서수남은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직도 완전히 안정을 찾지는 못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30여 분 동안 전화기 저편에서 흘러나오는 서수남의 목소리는 TV 속에서의 밝은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간의 고뇌가 고스란히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듯했다.
연예가에서 이혼이란 심심찮게 전해지는 소식이긴 하나 서수남의 이혼과 관련한 취재를 통해 느낀 바는 좀 달랐다. 서수남은 전 부인 김씨에 대해 “딱한 사람이다. 내가 좀 도와주고 싶지만 나 역시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애써 두둔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두 사람의 이혼은 협의에 의한 것이 아닌, 서수남이 이혼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통해 이뤄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별다른 실랑이 없이 전 부인 김씨가 순순히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서수남은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채 대리인을 통해 소장을 접수했으며 위자료를 청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담당 재판부 관계자에 따르면 “피고(전 부인 김씨)측에서 소송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면 재판이 오래 걸렸을 텐데 여타 부부들과 달리 단 두 번의 재판으로 이혼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과연 두 사람이 이혼에 이르기까지 어떤 말못할 사정이 있었던 걸까. 전 부인 김씨는 사기 사건에 연루된 상태로 알려졌다. 당시 금전문제에 얽혀든 김씨로 인해 서수남은 평생 모은 재산을 거의 잃다시피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채 정리되지 않아 서수남은 남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결국 이혼이라는 뼈아픈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서수남은 김씨의 소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서수남은 “연락이 끊긴 지 한참 됐다. 심장병도 있고 워낙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한 당시 상황에 대해 “그렇게까지 일이 크게 벌어진 줄은 미처 몰랐었다”면서 “본인의 불찰도 있었겠지만 헤어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상하게 말려들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당시 전 부인 김씨가 일으킨 ‘금전문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일로 인해 김씨는 집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결국 이혼 뒤 김씨는 친지들이 있는 외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수남은 “얼마 전 장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오지 못했다.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수남은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15년 넘게 운영해 오던 ‘서수남 노래교실’도 사실상 그만둔 상태라고 한다.
“내가 주부들 상대로 노래 강의를 하면서 매일 ‘가정생활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유야 어떻든 내 자신이 불미스러운 일을 겼었는데 어떻게 그 일을 계속할 수 있겠나. 내 스스로가 ‘수신제가’를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교실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전 부인의 일로 경제적인 타격을 크게 입었기 때문에 서수남은 더욱 방송활동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서수남은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돌볼 수 있을 텐데 현재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지난 1년간 우리 가족은 눈물로 이겨내 왔다”고 털어놨다. 서수남은 무엇보다도 혼기에 접어든 세 딸을 걱정하고 있었다.
서수남과 가까운 한 후배는 “정말 열심히 사시는 형님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방송활동을 그렇게 많이 하시는 것을 보며 가까이서 마음이 참 안 좋았다”고 전했다.
서수남은 가까운 주변인들에게도 거의 속사정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서 아픔을 삼켜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소식을 뒤늦게 듣고 놀란 한 동료 가수는 “워낙 부부 사이도 좋았는데 어쩌다 그랬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서수남은 “주변 분들에게 도움이라도 구하고픈 심정이었을 텐데…”라는 기자의 말에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기도 싫었고 좋은 소식도 아닌데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예가에서 서수남 부부는 금실 좋기로 소문났던 터라 그의 이혼소식은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방송을 통해 보여졌던 서수남의 밝은 모습 뒤에 이 같은 아픔이 있었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 그의 웃음 속에는 자신의 삶에 닥친 커다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한 가장의 치열한 몸짓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