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대장금>의 이영애, <왕의 여자>의 박선영 | ||
요즘 월·화 드라마 경쟁이 그렇다. 최근 MBC 미니시리즈 <대장금>이 시청률 50%를 넘기며 또 하나의 ‘국민 드라마’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쟁쟁한 라이벌로 예상됐던 SBS 대하드라마 <왕의 여자>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기종영설’에 시달리고 있다.
땅에 떨어진 시청률에 광고 시장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한 <왕의 여자>는 벌써부터 일각에서 차기 드라마까지 거론되는 등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시청률이다. 10월6일 첫 회에서 11.7%(닐슨 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한 <왕의 여자>는 3주 먼저 시작한 <대장금>(34.2%)에 20%가량 뒤진 상황에서 ‘따라잡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3회부터 시청률이 10% 밑으로 떨어진 <왕의 여자>는 셋째 주에 들어서면서 6%까지 급락했다. 반면 <대장금>은 이 시기에 40%를 돌파했다.
▲ <왕의 여자>김재형 PD | ||
시청률 차이가 이렇게 현저하게 벌어지면서 광고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현재 두 드라마 방영시간대의 광고료는 15초 기준으로 1천21만5천원(대장금)과 1천14만원(왕의 여자)으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방송광고 요금은 대부분 시청률에 따른 변동이 없는 고정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률에 따른 광고료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문제는 광고 편수.
현재 <대장금>의 경우 광고주들이 몰려들어 서로 광고를 내보내려 하는 상황. 이에 따라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는 광고 선별 작업을 벌여야 할 정도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영업 2국 관계자는 “전체적인 전파 광고 예산, 그간의 누적 기여도 등 자체적인 선별 기준을 바탕으로 광고를 선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왕의 여자>는 ‘위기상황’이다. 턱없이 낮은 시청률로 인해 광고주들로부터 차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 70분 분량의 드라마의 경우 15초 기준 28편의 광고 편성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11월까지는 두 드라마는 모두 28편의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12월에는 <왕의 여자>의 광고 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영업 3국의 한 관계자는 “요즘이 광고 비수기이고 경기 상황도 좋지 않아 광고가 적은 상황”이라며 “<왕의 여자>도 12월에는 광고 28편이 모두 나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낮은 시청률과 이에 따른 광고 부진이 외적 압박이라면 방송국 일각에서 차기 드라마로 거론되는 <인간시장>은 ‘내부의 적’이다.
<왕의 여자>의 차기작으로 알려진 <인간시장>은 장총찬의 활약을 그린 김홍신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이미 지난 87년 MBC에서 미니시리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박범수 극본, 홍성창·손정현 연출’로 제작 라인이 정해진 상황에서 남녀 주인공으로는 김상경과 고소영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인간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제작 밑그림이 알려지면서 방송 편성 시기가 내년 1월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방송가 일각에선 ‘<왕의 여자> 30회 조기종영설’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이영애에 견줄 만한 걸출한 여배우 고소영을 앞세워 <대장금>의 독주 체제를 잡겠다는 SBS의 내부 방침이 세워졌다는 소문까지 들려오고 있다.
▲ 5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MBC <대장금>(윗쪽)과 조기종영설이 나도는 SBS<왕의 여자>(아래) | ||
반면 50부작으로 기획된 <대장금>은 최근 10부를 연장 방영하기로 결정, <왕의 여자>와는 정반대의 경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진의 모습도 상반된다. <대장금>의 경우 촬영 현장마다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들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주인공 이영애 외에도 양미경 견미리 여운계 등이 동반상승효과를 내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릴 정도. 반면 <왕의 여자>는 최근 김유석 이훈 등 출연진들이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 동영상 인터뷰까지 띄우며 시청자들의 관심 유발에 나섰지만 좀처럼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두 드라마의 경쟁이 무의미해진 가운데 이제 시청자들의 관심은 과연 <대장금>이 <허준>의 63.7% 시청률 기록을 경신할까 하는 부분에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소수 골수팬들은 여전히 <왕의 여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과연 <왕의 여자>가 ‘조기종영설’을 딛고 얼마만큼 시청률을 만회할 수 있을지 여부 역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