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동교 손잡았지만…지역 민심은 아직도 냉랭
광주 서구 금호동 아파트 단지의 한 노인복지관에 10여 명의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재·보궐 선거를 물으니 대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야기가 나왔다. 김 아무개 씨(여·75)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기에 한전 부지를 세워줬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한 게 뭐가 있나. 노무현 정권 1년 간 호남 사람들을 다 털어낸 게 그 사람이다”라며 비판했다.
옆에 앉았던 또 다른 주민은 “나는 한 번도 투표를 안 한 적 없다. 무조건 민주당이었다. 우리가 나이는 들었어도 정치인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 이번엔 마음먹고 선택을 잘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한테는 (배신자라고 할까봐) 말 못하지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천정배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씨는 문 대표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것에 대해 “동교동이 돕는다고는 했는데 그것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우리는 민주당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 본능적으로 손이 2번으로 간다. 천 후보도 사실 장관 때 호남에 한 번도 온 적이 없지만 (당에) 반발심이 심해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측은 문재인 대표의 대권론을 통한 정권교체론을 강조하고 있다. 조영택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권노갑 고문이 내려와 문 대표가 현재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높다고 호소하지 않았나. 당대표가 대권주자 1위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도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다”고 기대를 보였다.
최근 문 대표 대권론이 강해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고 한다. 풍암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만난 서 아무개 씨(여·45)는 “요즘 사람들끼리 모이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출신이라 경상도와 차별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경상도에 더 잘해줬고 우리들도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 그런 불이익을 감수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호남보다 경상도를 더 발전시켰다. 이번에 경상도 출신인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될 게 뻔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광주 서구을의 인구 밀집 지역인 풍암동 노점상들은 올해 열리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문에 한바탕 시끄러웠다고 한다. 서구을 지역은 주로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작은 재래시장이나 장터 등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다. 풍암동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임 아무개 씨(48)는 “유니버시아드 행사 때문에 노점상을 다 치우게 하는데 그중 구청장이 사는 풍암동 지역을 유독 강하게 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그렇고 노점상들도 그렇고 불만이 많다. 그런데 하필 풍암동 지역이 이번 재·보궐에 걸린 것이다. 이번에는 이긴다 해도 표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광주=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