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은 조계종 명의는 대승종?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도봉사 전경. 이노근 의원의 아내 신 씨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고 있는 사찰 내 단독주택. 도봉사 출입구 오른편에 걸린 ‘대한불교조계종’이라고 쓰여 있는 현판.
소유권보존은 미등기 부동산 최초로 행해지는 등기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이 건물은 2013년 7월 19일 건축허가가 났고 그 해 8월 7일 착공돼 지난해 7월 2일에 사용승인을 받았다. 폐쇄등기부를 살펴보면 대한불교대승종도봉사(대표자 신○○)는 2013년 7월 8일 대한불교도봉사(대표자 김○○)로부터 이 건물을 증여받았다. 김 아무개 씨는 현재 도봉사의 주지인 호연 스님이다. 따라서 대한불교대승종도봉사라는 단체가 1년 6개월 전 건물을 증여받아 이전 건물을 헐고 신축했다는 뜻이다. 신축 전 건물의 면적은 85.58㎡(약 25.9평). 신축된 뒤 면적은 2배가량 넓어졌다.
도봉사의 ‘정체성’은 모호하다. 먼저 2013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지정 계획 공고 자료에 따르면 ‘도봉동 4XX-2, 대한불교 대승종 도봉사, 주지 심우’로 명시돼 있다. 현재 도봉사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엔 ‘대한불교조계종 도봉사. 주지스님 호연, 주지보살 심우’로 돼 있다. 이노근 의원은 주지보살 심우가 부인 신 아무개 씨를 뜻한다고 확인했다. 도봉사 출입구 오른편에 걸린 현판에도 ‘대한불교조계종’이라고 쓰여 있다. 조계종 소속 사찰 안에 대한불교대승종 명의의 단독주택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계종 호법부 측은 “도봉사는 조계종 소속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승종 총무원 관계자도 “도봉사는 대승종으로 사찰 등록이 돼있다”며 “신 씨는 대승종 소속의 법사고 호연 스님은 조계종 소속이다. 두 분이 공동운영하는 셈”이라고 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월 30일 ‘대한불교도봉사(대표 김○○)’는 도봉사 전체를 이루는 4개의 토지와 1개의 건물을 매입했다. 당시 거래가액은 26억 2500만 원이었다. 즉 호연 스님 개인만 조계종 소속일 뿐 등기부상 도봉사의 토지 전체는 대한불교도봉사의 소유로, 조계종과 연관이 없다. 나머지 1개의 건물도 마찬가지다.
현재 도봉사에는 토지 4필지와 건물 1개만 등기가 돼있다. 그러나 도봉사 경내엔 그 외에 대웅전, 약사전 등 5개 이상의 건물이 있다. 토지 자체도 ‘종교용지’가 아닌 대지와 임야일뿐더러, 단독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들은 전부 미등기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담당 관계자는 “전통 사찰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관리된다. 그런데 도봉구에 있는 도봉사란 절은 전통 사찰 명단엔 없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에 문체부가 공개한 전통사찰 현황 자료에서도 도봉사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없다.
도봉사를 둘러싼 실소유주 논란은 이노근 의원의 재산공개 문제와 직결된다. 앞서의 대승종 총무원 관계자는 “도봉사가 대승종 사찰이지만 전부 개인 사찰로 인정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 국회의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노근 의원 소유 부동산은 서울시 송파구 잠실7동 우성아파트와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 건물뿐이다. 부인 신 씨 명의의 부동산은 없다. 국회사무처 감사담당관(재산신고담당)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단체 명의의 재산은 신고 의무가 없다. 본인 명의의 재산만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재산신고 의무는 없는 셈이다.
이노근 의원실 김재곤 보좌관은 “단체가 소유할 뿐 사모님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재산신고 대상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회 건물이 국회의장 이름으로 돼있어도 자기재산은 아니다”며 “사모님께서 대승종의 천도회장이다. 대표자 4분이 돌아가면서 이름으로 쓰는 거라서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노근 의원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원래 절은 소속 종단이 달라도 된다. 현판에 조계종을 걸었어도 그 안에 대승종 건물이 있을 수 있고 스님만 조계종 소속이어도 상관없다”면서 “배우자는 이름만 빌려준 것일 뿐 재산과는 관계가 없고 신축과 보존등기 부분도 절에서 한 것이지 부인이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도봉사 소유주 변화 한신공영과 수년 줄다리기 끝에… 도봉사 부동산의 폐쇄등기부는 1999년 7명이 증여받으면서 시작된다. 2006년 6월, 도봉사의 소유권을 증여받은 A 씨는 수차례 도봉사를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거액을 융자했다. 그러다 그는 도봉사를 담보로 잡아 한신공영주식회사에 87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결국 A 씨는 돈을 갚지 못해 한신공영이 2007년 5월 임의경매를 통해 도봉사 4개의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2009년 4월엔 한신공영이 용역을 동원, 도봉사를 점거하는 등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9년 8월, 호연 스님(김○○)은 한신공영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명도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그는 1심 판결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이어 2011년 11월 한신공영과 호연 스님의 조정이 성립했다. 그 뒤 대한불교도봉사(대표 김○○)는 2013년 4월 매매대금 26억 원을 지불하고 도봉사의 소유권을 양도받았다. 그 중 4XX-2 토지 위에 있는 단독주택을 대한불교대승종도봉사(대표 신○○·이노근 의원 부인)에 증여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