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좋았잖아, 제발 나만 바라봐’
코스트코와 삼성카드의 가맹점 계약이 오는 5월로 끝난다. 두 회사는 2000년부터 15년 동안 독점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은 코스트코 양평점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국내 창고형 할인점의 원조격이자 유일하게 남은 외국계 대형할인점인 코스트코는 독특한 영업전략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연간 3만 5000원의 회비를 내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야만 매장에 들어갈 수 있고, 결제는 현금을 내거나 오직 삼성카드로만 할 수 있다.
미국 코스트코 본사의 방침에 따라 ‘1국가 1카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이후 15년째 삼성카드와 독점계약을 맺어왔다.
코스트코코리아의 2013회계년도(2013년 9월 1일~2014년 8월 31일까지) 매출액은 총 2조 8619억 원인데, 이 가운데 70%가량이 삼성카드를 통해 결제되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이다 보니 구매금액이 큰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객들이 현금보다는 카드결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덕에 삼성카드는 매년 2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코스트코를 통해서만 올리고 있다.
워낙 큰 손님이다 보니 삼성카드는 그간 파격적인 조건으로 코스트코와의 밀월을 유지해왔다. 삼성카드는 처음 계약을 맺은 2000년부터 10년 넘게 코스트코에 0.7%의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해 우대하는 정책을 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대형 할인점에게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 때문에 삼성카드는 코스트코에의 수수료율을 1% 후반대로 대폭 인상했다.
당시 삼성카드는 “이미 2011년 0.7%로 코스트코와 5년 계약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에 수수료율 인상은 명백한 계약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을 내세워 수수료율 인상에 따른 차액을 위약금 명목으로 지급하며 코스트코 달래기에 나섰다.
문제는 오는 5월 중순 기존 계약이 만료되면 더 이상 낮은 수수료를 유지해주거나 차액을 환불해주는 등의 혜택이 불가능해진다는 점. 코스트코 입장에서는 굳이 삼성카드와의 독점계약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코스트코는 최근 수수료율 문제로 장기 독점계약을 맺어온 카드사와 결별선언을 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3월 미국 코스트코는 16년간 계약을 맺어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카드와의 수수료 협상이 결렬되자 곧바로 비자카드와 계약을 체결하는 강수를 둬 미국 금융가를 놀라게 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하지만 아멕스 카드 사례와 지지부진한 양측의 협상진행 과정에 기대를 거는 눈치도 적지 않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업계에서는 삼성카드와 코스트코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도는 중”이라면서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코스트코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카드사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카드사는 적정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율일 얼마인지와 함께 파격적인 리워드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등 코스트코와의 협상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특히 코스트코가 최근 추진키로 결정한 온라인 쇼핑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코스트코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서는 ‘1국가 1카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은 온라인몰이 코스트코의 최대 약점인 ‘접근성’을 보완해주는 만큼 소비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트코는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매장수가 11개에 불과해 주차난과 매장 내 인파 등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은 실정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코스트코와의 계약에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한 카드업계 고위 임원은 “신한카드는 코스트코와 계약이 숫자는 크지만 실속이 적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삼성과의 계약이 결렬되더라도 신한은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