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5백 회를 맞은 [TV는 사랑을 싣고]. | ||
‘인연 잇기’라는 이 소재를 연예인을 대상으로 적용시킨 [TV는 사랑을 싣고] 역시 픽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갖가지 사연들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으로 안방극장에 사랑을 실어보낸 지 어느 새 5백 회. 그 동안 9백50여 명이 이 프로를 통해 희미한 인연의 매듭을 다시 되살려 왔다. 때로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때로는 가슴 저린 감동의 순간을 선사하면서 이어온 ‘추억 살리기’ 10년. 그간 방송으로 볼 수 없었던 카메라 뒤편의 숨은 이야기를 담아 봤다.
[TV는 사랑을 싣고]가 ‘중매’한 9백50여 번의 아릿한 만남. 이 가운데 가장 흔한 경우는 단연 ‘첫사랑 상봉’이다.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기억인 첫사랑. 그것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인의 경우는 더욱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첫사랑은 그냥 가슴에 간직하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 때문일까. 첫사랑을 찾더라도 만남이 불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TV는 사랑을 싣고] 첫회부터 활동해온 안혜진 작가는 “스타와 만나는 첫사랑의 반응이 세대별로 판이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방송인 이숙영. 만남의 대상으로 ‘첫사랑’을 찾았으나 방송 출연을 거절하는 바람에 대신 찾은 이는 ‘좋은 추억을 남긴 이성친구’. 하지만 그 역시 출연 제의를 거절하면서 결국 동성 친구 가운데 한 명을 찾아내 방송을 타게 됐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상은 첫사랑을 다시 만난 20대 출연자의 경우. 아직 대부분이 미혼이라 다시 한번 진지한 만남을 만들어갈 법도 하지만 실제론 너무 달라진 현실로 인해 더욱 어색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방송 출연을 통해 옛 인연의 불씨를 되살리기는커녕 또 다른 이별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고. [TV는 사랑을 싣고]를 통해 첫사랑을 찾은 농구스타 현주엽. 그간 출연했던 스타의 첫사랑 가운데 단연 최고의 미인이었던 그녀를 본 현주엽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현주엽과 만나던 여자친구가 이런 모습을 보고 발끈했다는 후문. 결국 이 날 방송이 불씨가 돼 여자친구는 결별을 선언했고, 현주엽은 첫사랑을 찾으려다 여자친구를 잃는 ‘불운아’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첫사랑과의 만남을 가장 아름답게 이어가고 있는 스타로는 중견 탤런트 김인문이 꼽힌다. 젊은 시절 면사무소에서 근무했던 김인문은 결혼까지 생각했던 첫사랑이 있었지만 여자측 집안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결국 집안 사람의 소개로 인근 도시에 사는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됐고 김인문은 그렇게 첫사랑을 떠나보냈다. 배우로 성공하게 된 까닭 역시 그때의 상처 때문에 성공을 다짐하며 상경했기 때문이라고.
▲ 김인문(왼쪽), 윤다훈 | ||
가끔 첫사랑이 젊은 나이에 이미 세상을 떠나 제작진을 아쉽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가장 안타깝던 사례는 바로 윤다훈이었다. 제작진이 어렵게 윤다훈의 첫사랑을 찾아낸 곳은 공교롭게도 영안실. 백혈병 환자였던 그녀가 제작진이 찾아오기 바로 직전에 세상을 떠난 것.
스타들의 ‘스튜디오 상봉’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무대 뒤에서 만난 뒤 방송은 짜여진 각본에 따르는 일종의 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작가는 “은사를 찾는 경우 이미 사망하셨다면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이들이 더러 있지만 절대 사전에 관련 사실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방송 도중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울면서 제작진을 원망하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한다. 최수종이 대표적인 경우.
방송 이전에 관련 ‘정보’가 새어나가는 바람에 방송 출연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패티김의 경우 가수 데뷔 시절 큰 도움을 받았던 은사를 찾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사망했을 경우 절대로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은사가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제작진은 ‘불문율’을 깰 수 없어 그냥 방송을 강행하려 했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녹화 하루 전날 패티김측에서 출연을 거부해 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은사가 살아 있을 때에는 다시 좋은 사제지연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들이 꼽은 가장 아름다운 제자는 탤런트 김성환이다. 방송 이후 각종 명절날 찾아뵙는 것은 기본이고 은사의 집안 행사 때마다 사회를 자청하는 등 은혜를 갚기 위해 갖은 정성을 기울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