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 반짝반짝…“남자와도 맞붙고파”
여자프로 랭킹 1위 최정 5단이 롱런 채비를 갖추고 있다. 독창적 수법은 현대음악처럼 낯설지만 호소력 있다는 평가다.
도전2국은 최 5단의 창의성과 실험정신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장면>에서 보는 것처럼 처음 두 수를 대외목-고목의 파격적 조합으로 출발했고, 이후에도 바둑평론가들의 표현대로라면 “현대음악이나 현대미술처럼 낯설고 난해해 얼른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호소력 있는” 수법을 선보였다. “이번에 처음 그런 게 아니라 최 5단은 얼마 전부터 독특하고 개성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 걸로 미루어 뭔가를 실험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평자들의 중론이다. 그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그런 반면에 우리는, 오유진이 2015 엠디엠 여자리그에서 MVP를 수상하는 등 상승곡선을 타고 있어 모두들 이번에는 팽팽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싱겁게 끝났다. 오유진은 지난 황룡사쌍등배에서는 우리 팀 2번 주자로 나와 쑹룽후이에게 졌다. 여자리그에 전력투구하느라 조금 지치기고 하고, 팀 우승에다가 MVP까지 차지해 긴장이 다소 풀린 탓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여자리그 후 중요한 판을 계속 놓치고 있다. 그에 비해 최정은 마지막 주자로 등판해 3연승을 올리며 한국의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중요한 바둑 두세 판 거푸 진 것을 놓고 오유진에 대해 뭐라 말할 것은 없다. 문제는 선두 최정이 쉬지 않고 계속 앞서 달리고 있으니 오유진이 최정을 따라잡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더 분발해야 한다. 여자 중에서 오유진은 막내뻘이고, 실력이 비슷하면, 어린 쪽이 유리하기 마련이지만, 최정도 아직 스물이 안 넘었으니 나이 차이는 별로 없는 것이다.
게다가 최정은 새로운 것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다. 새로운 수법을 들고 나와 이긴다. 창발성이 보이고, 자가발전의 능력도 있다. 오유진은 안정적인 바둑을 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맹수로 성장해야 할 어린 승부사에게 안정적이라는 평가는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능성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므로. 오유진은 거칠어질 필요가 있다.
오유진 전에는 박지연이 사납게 최정을 흔들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물러나 지금은 소강상태이고, 이번 황룡사쌍등배 5연승의 주인공 오정아는 여전히 최정과 가까운 가리에 있지만, 잘 쳐들어오지는 않는다.
박지은 조혜연 김혜민 이민진 등 선배 강자들은 요즘 좀 뜸하다. 이런 마당에 오정아와 오유진, 두 오 씨가 분발하지 않으면 최정이 독주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최정은 국후 인터뷰에서 “비슷하거나 어린 상대보다 박지연 조혜연 김혜민 이민진 같은 선배 쪽이 더 어렵다. 그리고 여자기사들끼리 경쟁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요컨대 이제 우리도, 남자 기사들과도 겨뤄보고 싶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여자끼리는 재미없다거나, 여자 중에서는 상대가 없는 것 같다거나,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 최정이 그렇게 교만한 사람이 아니고, 다만 본인 스스로 이제는 보다 더 강렬한 승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도 이미 설정했다. “단기 목표는 올해가 가기 전에 일단 현재의 86위에서 50위권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정기 목표는 3년 안에 20위권 진입”이다. 그것과 별개로 장기적인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루이나이 9단의 여류명인 7연패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