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탁재훈이 이홍렬이 진행하는 KBS <스타 집현전>에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오픈 북 스타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인터넷이나 전화를 이용해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갑자기 탁재훈이 문제를 풀다 말고 어디 좀 갔다오겠다는 것이었다. 연출자는 좀 의아했지만 ‘그래라’ 하고 카메라는 다른 걸 잡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녹화라서 출연자가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처럼 컴퓨터 모니터를 잡거나 방청석 얼굴을 잡으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정해진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탁재훈이 나타나지 않았다. 초조해진 이홍렬이 “네, 이제 1분 남았습니다!” 하며 정리 멘트를 날리는 순간, 갑자기 ‘우르릉 쾅쾅~!’ 하면서 어디선가 천둥 번개 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놀라서 이게 무슨 소린가 해서 쳐다봤더니 탁재훈이 상쾌한 얼굴로 들어서는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큰일’을 개운하게 치르고 왔던 것이었다. 오디오 사고인 줄 알았던 제작진은, 탁재훈이 ‘온 에어(ON AIR)’가 되는 마이크를 차고 화장실에 들어갔던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사고가 제일 많이 나는 생방송. 그 중에서도 가요 프로그램은 세트가 무너지거나 가수가 넘어지는 등 온갖 돌발상황의 진원지이다. 그 중 정말 아찔했던 순간들이 있다.
KBS <뮤직 뱅크>를 진행할 당시, 깜찍한 외모와 발랄한 목소리로 한창 인기를 끌던 이예린이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포플러! 나무 아래~로~” 하며 막 무대 중앙으로 나서려는 순간,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를 멋지게 잡으려고 크레인에 올라탄 카메라맨과 부닥치고 만 것. 큰일이다 싶었다. 그런데 크레인에 머리를 부딪친 이예린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어나 생글거리며 다시 “포플러! 나무 아래~로~”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프로정신에 모두들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녀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 있었다. 다름 아닌 가수 이정현. 까만 가죽 재킷과 바지를 입고 ‘미쳐!’라는 노래를 부를 때였다. 그녀가 막 자학하듯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드는 게 엔딩 샷이었는데, 그녀 역시 돌진하는 카메라에 턱을 강타당하고 말았다. 그녀의 강렬한 포즈를 제대로 잡기 위해 카메라맨이 그녀의 몸을 훑듯이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카메라를 쳐들다 그녀의 턱과 부딪쳤던 것이다. 아픔을 꾹 참고 위를 향해 고개를 쳐든 이정현의 강렬한 눈빛만큼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