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경인방송의 6mm 카메라맨 유미경씨는 패션쇼 무대 뒤 잠입취재에 성공한 적이 있다고. 임준선 기자 | ||
하지만 라인이 무너지고 나면 6mm가 ‘왕’이다. 기동성과 순발력이 확실한 6mm는 ENG와 스틸이 잡아내지 못하는 현장 뒷모습을 발 빠르게 잡아내곤 한다. 때문에 6mm 카메라 렌즈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연예인과는 또 다른 모습이 담기는 경우가 많다.
6mm 카메라는 안가는 곳이 없고 못가는 곳도 없다. 기동성이 떨어지는 ENG 카메라와 달리 6mm는 이동이 쉽고 휴대가 용이하기 때문에 전방위 취재가 가능하다.
문제는 전방위 취재가 너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점. ENG나 스틸이 잡아내지 못한 연예인의 모습을 촬영했지만 소송 등의 문제 때문에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iTV의 6mm 카메라맨 유미경씨는 출입이 불가능한 패션쇼 무대 뒤 잠입 취재에 성공했지만 방송을 타지 못했다.
“출입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사실 패션쇼 무대 뒤에 출입하는 건 쉬워요. 모델들은 옷 갈아입는 데 정신이 없고 스태프들도 이를 돕느라고 바빠 6mm 카메라가 들어온 것을 눈치 채지 못하거든요”라는 유씨는 “하지만 모델로 나선 몇몇 연예인의 멘트를 따는 데 성공했는데 뒤쪽에서 다른 모델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여과 없이 찍히는 바람에 방송으로 내보내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6mm 캠코더 카메라는 연예인 관련 사건사고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연예인을 쫓을 때 6mm의 기동성과 순발력이 그 저력을 나타내기 때문.
ETN의 김영석 PD는 연예인 관련 사건사고 전문가. 김 PD 역시 6mm로 취재에 성공하고도 방송을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쌍방 고소로 법정 다툼중인 연예인 A와 B의 마지막 공판을 찾은 김 PD. 결국 A씨가 승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순간 B씨가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
||
| ▲ 지난 2일 탤런트 임호 기자회견장.6mm카메라로 취재가 한창. | ||
하지만 B씨가 소송에서 지는 바람에 기절한 척 ‘쇼’를 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없어 이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연예인 사건 사고 현장에서 이런 ‘쇼’는 자주 등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케이블 방송의 한 PD는 건강상의 이유로 잠적했던 C군의 기자회견 당시 상황을 전해줬다.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먼저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그는 C군과 단독인터뷰를 시도했다.
“다른 취재진이 오기 전에 간단히 인터뷰를 하자고 했더니 기자회견 때 같이 하자고 거절하더군요. 그리고는 매니저와 함께 음료수를 뽑아 마시며 놀더라구요. 그런데 정작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C군은 팔에 링거를 꼽은 채 기력 없는 환자 모습으로 변모해 있었어요. 뭐 완벽한 매스컴 쇼였죠.”
ETN의 김 PD는 사적인 장소에서 가족들과 휴식중인 탤런트 D양을 단독 취재한 바 있다. 그런데 D양의 평소 이미지와 사생활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었다. 입에 담배를 물고 요리중인 모습이 6mm 카메라 안에 그대로 잡혀버린 것.
“결국 방송에는 이런 저런 모습을 다 빼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만 방송했어요. ENG 카메라로는 불가능한 잠복 동영상 취재가 6mm로는 가능했던 거죠. 다만 잠복으로 건진 진짜 취재를 명예훼손 등이 우려돼 방송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워요.”
연예인에 대한 알권리보다는 이들의 사생활 보호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는 국내 현실로 인해 이들의 진짜 취재 내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6mm 카메라맨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