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김수현(오른쪽)과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한 장면. | ||
KBS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를 쓰고 있는 김수현 작가. ‘언어의 마술사’ ‘드라마의 흥행수표’.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지존’이라 일컫는 김수현 작가에 대한 수식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녀가 쏟아낸 수많은 작품과 인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공개하지 못한 다양한 인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한다. 생각이 너무 빨라 손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김수현 작가. 그녀에 관한 전설 같은 일화 중 한 가지를 소개한다.
그녀는 넓은 책상을 방 안에 펼쳐놓고 앉아서 쓰는 스타일인데, 특이하게도 방 안에 요강을 비치해 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잡기 위해 화장실까지 갈 시간이 없기 때문.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빠른 집필 속도에다 신경이 예민해져 밥을 거르는 일이 부지기수다.
사람마다 그 개성이 천차만별이듯 작가들의 집필 스타일 또한 다양하다. <용의 눈물> <야인시대> 등 주로 역사드라마와 시대극으로 유명한 이환경 작가는 방대한 자료수집과 그 방면에 대한 공부와 관련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열정 또한 남달라서 그의 강의를 한번 듣게 되면, 마치 용광로에 앉은 듯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SBS 주말극장 <작은 아씨들>에 소개되는 것처럼 그도 간혹 작가지망생들에게 강의를 하는데, <작은 아씨들>을 집필하는 하청옥 작가 역시 그의 강의를 들은 바 있다. 드라마 <거짓말>로 유명작가 대열에 든 노희경 작가도 그의 제자다.
워낙 강한 열정으로 인해 머릿속의 움직임을 손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 어쩌다 글이 막혀 안 써지면 그 답답함에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는 스타일이다. 이환경 작가가 선호하는 집필 장소는 사찰. 아무런 제약과 구속과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글쓰기가 중단되면 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산 속을 마구 뛰어다니며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고 한다. 마치 시인 변영로가 문우들과 함께 술을 한 잔 걸치고 소를 타고 사발정 약수터에서 내려왔듯 그도 옷을 훌훌 벗어던진 채 산 속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것.
▲ 작가 이환경과(왼쪽)과 드라마 <용의 눈물> 한 장면. | ||
그런데 다른 작가들이 원고지 칸에 글을 쓰는 데 반해 그는 원고지 뒷면에 글을 쓴다. 특이하게도 자를 대고 줄을 똑바로 그은 다음 그 위에 깨알같이 글을 적는다. 보통 연기자들이 받아보는 대본처럼 신과 등장인물, 대사를 나눠서 적는 것. 그런 독특한 방법으로 탄생한 작품들이 한석규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서울의 달>과 뛰어난 상황묘사로 아련한 옛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옥이 이모> 등이다.
김운경 작가는 야참을 즐겨 먹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어느날 ‘딸기우유 사건’이 벌어졌다. 밤을 지새우고 집에 들어갔다가 오후에 작가실로 나오던 그는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오늘 작가실에 가면 먹을 게 뭐가 있지?” 그 순간 작가실 냉장고에 하나 남겨놓고 온 딸기우유가 생각났다고 한다. ‘그래, 그 딸기우유를 먹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작가실에 오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어본 그는 딸기우유가 감쪽같이 사라진 걸 확인하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단다. 그 사건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작가실 냉장고엔 이런 메모가 붙어 있었다.
‘남의 것을 제발 훔쳐 먹지 말아 주세요. 이것을 치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치사한 사람입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