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단보도 위에서 주인공 무혁·은채역에 몰입하고 있는 소지섭과 임수정.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강남대로 한복판에 소지섭이 ‘떴다’. 길가던 여성들은 물론,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군중들이 한곳으로 일제히 몰려들었다. 극중 ‘무혁’으로 분한 소지섭은 헐렁한 바지에 점퍼를 걸치고 모자를 한쪽으로 푹 눌러쓴 모습.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촬영중이었다. 상대역 임수정이 도착하지 않아 먼저 단독신을 촬영하던 소지섭은 그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빛나는 한 점이었다.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야외촬영장을 뒤쫓아가봤다. 가히 인기만큼 뜨거웠던 촬영장 열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방배동 길가
아침 일찍부터 촬영을 시작한 소지섭의 이번 장면은 방배동의 골목가에서 시작됐다. 지난 2일 오후 1시10분. 부리나케 점심식사를 해결한 소지섭이 등장하자 주변 가게 상인들과 행인들은 일제히 웅성거리며 눈길을 모았다. 이 신은 소지섭의 단독촬영분. 상대역 임수정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소지섭의 옷매무시에 신경을 써주던 매니저 김수진 실장은 “요즘 여성팬들이 아주 많아졌다”는 말을 건네자 “행복할 따름이다”라며 웃음을 건넨다.
잠깐 동안의 촬영이었지만 연출 이형민 PD와 엄태만 촬영감독은 카메라 위치와 배우의 동선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다. 곁에 있던 섭외담당 김동욱 부장은 다음 촬영장에 미리 전화를 걸어 최종 확인을 하는 중이다. ‘비교적’ 간단한 신이어서 불과 20여 분 만에 종료. 이제 강남대로 한복판으로 움직여야 하는 참이다. 모두들 조금씩 다음 촬영을 걱정하는 눈치다.
# 강남대로 한복판
스태프 중 한 명의 차를 얻어 타고 도착한 곳은 한눈에 봐도 수백여 명이 몰려들 수 있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왕복 8차선의 대로 한복판에서 촬영을 해야 하는 것. 그것도 횡단보도 신이다. 임수정(은채 역)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길을 건너오다가 쓰러지고, 이를 본 소지섭(무혁 역)이 달려가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이어 끌어안는다. 순간, 몰려든 여성팬들은 ‘우와, 좀 떨어지지~’라며 안달이다. 그러나 길 한가운데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컷’ 사인도 듣지 못하고 한동안 붙어 서 있다.
▲ <미안하다 사랑한다> 촬영 현장. 몰려든 인파들 때문에 진행에 애로가 많다고. | ||
# 촬영팀 분위기
현장의 한 스태프는 얼마 전 한 연기자에게 사인을 부탁하다가 무안을 당했다고 한다. 이 스태프는 “사적인 부탁도 아니었고 일 때문에 사인이 필요했는데 그것도 안해주더라”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응이 반드시 촬영장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스태프는 “시청률이 좀 저조해도 팀끼리 사이가 좋아야 일하기가 편하다”며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단연 연기자와 감독이 주도적으로 만들게 마련이다. 특히 연기자의 몫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경우 시청자들의 호평에 비해 촬영장 분위기가 그다지 화기애애한 것은 아닌 듯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와의 한나절 동안의 데이트는 그렇게 다소 아쉬움과 서운함이 느껴졌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