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임수정과 소지섭. | ||
‘미사’와 ‘러인하’가 뭘 말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하다면 당신은 ‘폐인’ 자격이 없다. ‘폐인’ 또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이미 <다모> 때 ‘다모폐인’이라는 말로 유명세를 탔던 ‘폐인’은 드라마에 중독되다시피한 열성팬을 재미있게 표현해낸 유행어다.
‘미사’란 KBS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일컫는 말이고, ‘러인하’는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월요일과 화요일 밤,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두 드라마의 불꽃 튀는 경쟁이 요즘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단연 관심거리다. 과연 이들의 치열한 격돌양상이 앞으로 드라마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연출진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들의 경쟁심리도 함께 엿보았다.
양 드라마의 제작진 모두 현재의 ‘경쟁구도’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은 반응이다. 경쟁관계가 불러오는 관심이 오히려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 그러나 한편 상대편의 드라마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풍겨왔다.
먼저 <미사>의 마케팅PD 윤여광씨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 양측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사실 현재 시청률이 100% 만족스럽진 않은 것이 솔직한 내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러인하> 측 역시 마찬가지. 조연출 김훈씨는 “이미 두 드라마의 경쟁구도는 예상했던 바이며, 우리 드라마의 방영시기가 늦은 만큼 뒤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인하> 제작진들은 방영 2주나 3주째에는 시청률을 뒤집을 수 있겠다는 예상을 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팽팽한 시청률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드라마의 장외전은 매우 치열하다. 방영 전부터 기대를 받아온 두 드라마는 각자가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상황. 일부 골수팬들은 상대 드라마나 팬들을 향한 비하발언까지 서슴지 않을 만큼 각자의 지지층은 확고하다.
▲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김태희와 김래원. | ||
먼저 <미사>의 윤여광 마케팅PD는 “요즘 드라마는 인터넷에 의해 좌우되는 게 사실”이라며 “팬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러인하>의 김훈PD의 생각은 좀 달랐다. “시청자들이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애초 기획대로 나가야 한다”는 입장.
실제로 드라마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반응과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진 평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공통적으로 답한다. 촬영장에서 만난 한 스태프는 “대본을 미리 받았더라도 내용이 바뀐 수정대본이나 쪽대본이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리고 심지어는 ‘결말’에 대해 담당PD 또한 모르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
팬들 사이의 열기는 드라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이전의 인기드라마들 대부분 팬들의 의견에 좌우돼 결말을 뒤바꾸는 일이 종종 있었고, 이 같은 상황은 인기드라마가 거쳐야 할 하나의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기까지 하다. 때문에 드라마 작가들 역시 전회 대본을 완성해 놓고 촬영할 수 없는 현실에 익숙해져 있다. 현재 미니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한 작가는 “첫 촬영 전에 6~7회 분량만 만들어 둘 생각”이라며 “이후 스토리 전개와 결말은 방영 이후 시청률과 반응을 보고 감독과 논의해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두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더해질 것 같다. <러인하>의 경우 미국로케 촬영을 계획보다 빨리 마무리 짓게 돼 ‘국내촬영분’이 방영되기 시작한 뒤의 ‘2차전’이 더 주목되는 상황이다. 연출부까지 새로 꾸려지게 된 <러인하>의 국내 촬영 스토리는 ‘로펌’이 중심이 돼 펼쳐지게 된다고 한다. 과연 어느 쪽이 시청률과 완성도를 동시에 달성하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