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샛별’들. 왼쪽부터 정선경 이성재 이정재. | ||
영화제의 꽃은 단연 남녀 주연상이지만, 더욱 마음 졸이는 부문은 신인상이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은 사실상 톱스타가 되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종 영화제 신인상 출신들이 하나같이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현재 영화계를 빛내고 있는 영화제 신인상 출신 스타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지난 11월29일 열린 제25회 청룡영화제에서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권상우는 수상의 기쁨보다 지난해 놓친 신인상에 대한 아쉬움을 더 많이 토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 이유는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배용준에게 내주는 바람에 트리플 크라운(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제 신인상 석권)의 영예를 놓쳤기 때문. 아쉽기는 배용준도 마찬가지. 청룡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배용준 역시 올해 열린 제41회 대종상에도 신인상 후보로 올라 수상이 유력했지만 <어린 신부>의 김래원에 밀려 눈앞에서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놓치고 말았다. 특히 김래원의 경우 이미 지난 2000년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중고 신인으로 후보 자격 논란이 상당했음을 감안할 때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고 영화계에 등장한 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몇명 안 된다. 지난 10년 동안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이뤄낸 이들은 정선경(95년), 이정재(95년), 이성재(99년) 뿐. 이 가운데 이정재와 이성재는 굳건히 영화계를 지키며 최고의 배우로 성장했으며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넓힌 정선경 역시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각종 영화제 가운데 두 군데 이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이들은 상당수다. 박신양, 전도연, 이재은, 김래원, 이정현, 설경구, 이요원, 문소리, 임수정, 손예진 등이 그 주인공. 가수로 변신한 이정현, 결혼 이후 잠시 쉬고 있는 이요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재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는 대형 스타로 발돋움한 이들이다.
한편 영화제별로 신인상을 받은 이들을 살펴보면 대략의 영화제 성향이 드러난다. 우선 언론사가 주최하는 청룡영화제(스포츠조선 주최), 백상예술대상(일간스포츠 주최에서 현재는 한국일보사로)은 스타성에서 돋보인다. 장동건, 안재욱, 김래원, 배두나, 차태현 등이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하며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한석규, 임창정, 전지현, 윤진서 등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출신 스타들이다.
청룡영화제 출신의 경우 영화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대부분이라면 백상예술대상 출신은 대부분 영화에만 얼굴을 내미는 외곬들이다. 반면 영화 단체가 주최하는 대종상(영화인협회 주최)은 연기력이 돋보인다. 이병헌, 송강호, 김윤진, 이은주, 하지원, 류승범 등이 대종상 신인상 출신 스타들로 대부분 스타성과 동시에 연기력에서도 충분한 검증을 거친 배우들이다.
결국 영화제 신인상 수상자들이 대부분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각자 걸어간 길은 다르다는 얘기. 신인 시절 배우가 갖고 있던 성향이 이후 연예계 활동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 선정 기준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 개최된 41회 대종상 신인상 후보자들을 두고 무성한 얘기가 오고갔다. 당시 남자 신인상 후보에는 강동원, 공형진, 김래원, 봉태규, 배용준 등이, 여자 신인상 후보에는 강혜정, 김선아, 문근영 윤소이 임수정 등이 선정됐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영화에서 비중있는 캐릭터를 처음 맡은 배우)에서 볼 때 진정한 후보는 강동원, 배용준, 윤소이, 문근영 정도.
이런 사태가 발발한 결정적인 이유는 영화제가 정한 뚜렷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 대종상 사무국은 “영화사에서 신인상 후보로 추천한 인물 가운데 후보를 결정해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는 답변으로 쏟아지는 비난에 대응했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신인상이 반드시 생애 한번 뿐인 기회가 아닐 수도 있다.
이제는 올해 3회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영화대상까지 가세해 영화제 네 곳의 신인상을 동시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 탄생이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