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있으나 ‘인도자’ 없어…이번엔 과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씨의 총선 출마설이 돌고 있다. 박지원 의원(작은 사진)이 수도권에 도전하고 목포 지역을 김홍걸 씨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게 소문의 골자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재·보궐 선거 이후에는 이희호 여사의 ‘의중’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천정배 의원이 이희호 여사를 만난 것에서부터 최근 당선된 이종걸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이희호 여사 예방 일정을 잡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동교동계의 입지가 살아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닌 것이다. 호남에는 아직도 DJ 정서가 남아 있고 어떤 형태로든 다시 발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은 정치와 인연이 깊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홍일(67) 홍업 씨(65)는 각각 전남 목포시와 전남 무안·신안군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목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태어난 하의도의 인근 지역으로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장남 홍일 씨는 전남 목포시에서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17대 때는 비례대표로 당선됐으나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2006년 의원직을 상실했다. 차남 홍업 씨도 2007년 전남 무안·신안 지역에 재·보궐 선거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지만 18대 공천심사에서 ‘금고형 이상 부정·비리 전력자 배제’ 기준에 걸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사실상 정치권에서 멀어진 두 형제와 달리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막내 홍걸 씨(52)는 아직 주목받지 못한 인물이다. 이희호 여사의 유일한 친아들이기도 한 그는 주로 미국에서 생활하다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돼 국민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홍걸 씨는 돌연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11월 홍걸 씨는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당내 마땅한 직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당시 홍걸 씨는 정치적 야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을 드나들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홍걸 씨는 사업에 아직도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정치에 뜻을 두고 있고 사업은 명목상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홍걸 씨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 동교동계 관계자는 “지난 19대 총선 때 홍걸 씨가 출마 얘기를 해서 ‘아직까지는 더 있어야 한다. 자네 도와줄 사람이 지금은 아무도 없다’고 만류했다. 홍걸 씨는 성품은 착하고 좋은데 정치인으로서의 스킨십이 좀 부족하다. 누가 챙겨서 자리를 만들어 놓으면 역할을 할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정치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 이렇게 배포 있게 말할 성격은 못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뜻에서 보면 홍걸 씨의 출마설은 다분히 주변에서 부추겨서 또는 ‘DJ 정서 붐업’을 시키기 위해 나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흔들리고 있고, 천정배 의원도 호남 정치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르면서 DJ와 관련된 인사들도 어떻게든 정치적 공간이 마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홍걸 씨의 목포 출마설이 거론되는 이유는 박지원 의원의 거취 문제와도 연관된다. 재·보궐 선거 실패로 인해 공천 혁신의 바로미터인 ‘호남물갈이’ 전략이 이번 총선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서다. 호남권 3선 이상의 의원들 보다 그곳에 새 피를 수혈해 새로운 호남 정치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김효석 전 의원과 정세균 의원이 호남 지역구를 내려놓고 수도권으로 거취를 옮긴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홍걸 씨의 출마를 아직까지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두 형이 출마했던 지역에 삼남까지 출마한다는 것에 대한 지역 정가의 거부감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앞서의 동교동계 관계자는 “홍걸 씨는 목포에 나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 이제는 김대중 직계라고 해서 무조건 당선되는 시대가 아니다. 목포보다는 차라리 수도권의 신도시 등에 출마해야 정치적으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홍걸 씨 자신도 반드시 목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목포 출마는 그의 주변 사람들이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수도권 출마설에 대해) 누가 그런 얘기를 하느냐. 그런 것 전혀 없다”며 홍걸 씨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그런 거 묻지 마라”며 말을 잘랐다. 특히 자신의 수도권 출마설에 대해서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요신문>은 홍걸 씨에게 며칠 동안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해외로밍 중’이라는 전화연결음만 나올 뿐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김홍걸’ 정계개편 변수되나 천정배도 ‘신당 카드’로 눈독 반대로 7명(자신을 뺀 광주 지역구 의원 수)의 DJ를 키우겠다고 나선 천 의원 또한 호남 신당론에서 김홍걸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음 총선에서 비노 의원들의 이탈과 전북 전주에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하는 것 등의 활발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호남 기반의 신당 창당 바람도 거세질 수 있다. 이럴 때 김홍걸 카드는 DJ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명분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각 계파에서 홍걸 씨 영입 작전을 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