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몬스터 장기휴업…팬도 언론도 ‘갸웃’
# ‘데드암’?
지난 5월 12일(한국 시각) LA 다저스 클럽하우스에 류현진이 나타났다. 그동안 밀워키 원정 경기에 동행하지 않고 LA에 남아 재활 훈련을 소화했던 그가 모처럼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범경기에서 어깨 통증이 발견된 류현진의 재활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몸상태를 두고 다양한 추측들이 나돌고 있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데드암’이란 정상적인 투구를 하던 투수가 시즌 도중 통증이나 부상 없이 갑작스러운 구속 저하에 시달리는 현상이다. 데드암일 경우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류현진은 데드암을 부인했다. 그 용어의 의미를 기자들에게 물어볼 정도로 데드암이란 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류현진의 부상이 데드암이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데드암은 정말 잘못된 얘기다. 데드암은 부상이 원인이 아닌, 팔의 피로가 누적돼 힘을 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류현진은 부상이 원인이다. 피로 누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어디서 데드암이란 말이 처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구단의 공식 발표도 없는 상태에서 선수의 부상 상태를 미리 진단하는 건 맞지 않다.”
송 위원은 “류현진의 어깨가 데드암일 경우 오히려 회복이 빠를 것”이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는 증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스프링캠프부터 무려 7주 이상을 쉬었다. 물론 중간에 불펜피칭을 하고 몸을 만들어 갔지만 휴식 일정은 충분히 주고 있다는 얘기다.
# 부상, 언제부터 심각했나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등 부위 긴장 증세로 잠시 휴식을 취했던 류현진은 3월 13일 샌디에이고와의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시속 153㎞의 강속구를 던지며 2이닝 퍼펙트를 기록, 부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어진 18일 텍사스전에서는 3이닝 3실점을, 샌디에이고전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구속이 145㎞/h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23일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 등판 예정이었다가 어깨 긴장 증세를 이유로 등판이 취소됐고, 곧장 LA로 돌아가 다저스 구단 주치의를 만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했다.
주치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는 류현진의 어깨에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주사 치료를 통해 회복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주사 치료를 받으며 재활 과정을 거친 류현진은 캐치볼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어깨 통증이 재발했다. 그로 인해 모든 훈련을 중단하고 다시 LA로 돌아가 또 정밀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당시 다저스 주치의는 류현진이 2주간의 휴식과 재활 과정을 거친 후 피칭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소견을 나타냈다. 4월 중순에 마운드 복귀가 가능해진 상황이었다.
기대와 달리 시즌 개막 이후에도 류현진의 재활 속도는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다 지난 5월 7일, 류현진의 예정된 불펜피칭이 또 다시 미뤄졌다는 다저스 구단 측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현지 언론은 물론 국내에서도 류현진의 어깨 이상설을 심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 부상 이력 살펴보니
한화 이글스 시절부터 LA 다저스까지 류현진의 부상 이력을 살펴보자. 류현진은 2004년 동산고 2학년일 때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 후 2008년 왼쪽 팔꿈치 부상을 입었고, 2009년 왼팔 삼두박근에 통증을 호소했다. 왼쪽 어깨 부위는 2011년, 2014년 5월, 2015년 3월 모두 세 차례. 류현진은 2012년 오른쪽 옆구리에, 2014년 8월에는 오른쪽 엉덩이 근육 염좌 부상을 입고 재활을 병행했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 7년간 1269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부상자명단에 오른 것은 모두 세 차례. 두 번은 어깨 부위, 한 번은 엉덩이 부상이 이유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류현진의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동산고 시절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던 류현진은 한화 입단 후에도 등판 2~3일 전에 하는 불펜 피칭을 걸렀다. 팔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도 자신의 ‘루틴’이라는 이유로 이 방식을 고집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7년간 1269이닝(평균 181이닝)을 던졌고, 메이저리그에선 2013년 192이닝, 지난해엔 152이닝을 던졌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투구수를 늘리지 못했던 터라 200이닝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메이저리그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는 류현진의 어깨 상태에 대해 조심스러운 의견을 나타냈다.
“일본 출신의 투수 다르빗슈 유(29·텍사스 레인저스)가 메이저리그 3년차였던 지난해 팔꿈치 이상을 보였고, 올해는 캠프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던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27)도 손목 등의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에이스들은 자국 선수들보다 기량이 뛰어난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매 경기 전력투구를 한다. 150㎞/h를 넘나드는 강속구도 선보여야 한다. 원정경기 이동 거리도 만만치 않고, 휴식일도 5일이 아닌 4일이 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아플 때가 됐다. 한화 시절부터 LA 다저스까지 그의 등판 이력을 살펴보면 어깨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 류현진도 모른다?
류현진은 캠프 때 어깨 이상 증세를 느꼈을 때만 해도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팔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치료 잘 받고 재활 프로그램을 열심히 따라 간다면 곧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류현진은 3년차 징크스와 관련해선 “다 결과론 아닌가. 3년차에 아프니까 징크스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난 그런 징크스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현진은 매번 “곧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의미가 자신을 향한 주문이었는지, 아니면 부상 회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는 “공을 뿌리면 어깨가 빡빡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MRI 촬영에서도 나타나지 않다보니 답답하다”는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LA에서 류현진을 밀착 취재하고 있는 <뉴스엔>의 조미예 기자는 “류현진 선수는 여전히 선수들과 장난치고 훈련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주위에서 심각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데 대해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라고 설명했다. 조 기자는 “여기 있는 기자들도 구단의 발표만을 믿고 류현진이 좋은 모습으로 불펜 피칭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선수와 구단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니 일단은 기대를 버리지 말고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앞으로 전개될 류현진의 불펜피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펜피칭에 대한 정확한 날짜가 나오진 않았지만, 몇 차례 불펜을 더 이어가고, 타자를 세워 놓고 하는 시뮬레이션 피칭을 마친 후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서너 차례 등판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모두 셈해 본다면, 류현진의 등판은 6월 말 정도나 가능하다. 이것도 불펜피칭 과정이 예정대로 진행됐을 경우에나 가능한 얘기다. 만약 한 차례 또 다시 연기되거나 통증이 재발된다면 류현진을 전반기 마운드에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전보다 한 달 일찍 애리조나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던 류현진은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기자에게 “다저스 선수들 중 제일 먼저 애리조나에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허탈한 마음을 내비쳤다. 지금은 빈손뿐 아니라 부상 의혹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앞으로 불펜피칭에서 얼마나 건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느냐에 따라 그동안의 ‘미스터리’가 해소될 전망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