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출산에서 황혼까지…생애주기별·대상별 촘촘한 맞춤형 복지 주력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의료원 건립공사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이재명 성남시장. 성남시>
[일요신문] 이재명 성남시장의 무상 복지와 공공성 강화 정책이 연일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시장은 “무상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소중한 국민세금을 정당하게 돌려받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복지정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무상급식과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등 무상복지정책에 대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소위 보수진영과의 논란 속에 성남시의 복지정책이 계속 주목받고 있으며, 이재명식 성남형 복지정책을 성남시뿐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과 성남시가 불과 5년 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었다는 믿기 힘든 사실 속에 ‘빚더미 도시’에서 가장 뜨거운 ‘복지도시’로 변화한 성남시를 들여다봤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성남시의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
1942년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에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사회보장 본연의 자세를 단적으로 나타낸 이 표현은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전 생애 중에 예측 가능한 사고는 국가가 최저한도의 사회보장을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신과 출산에서부터 보육, 교육, 일자리, 노인복지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마련되어 있는 성남시의 복지 정책들은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연상케 한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이뤄낸 성과들이라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성남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출산 전이라면 난임부부의 고액 시술비 일부를 지원하고, 임신부에게는 건강한 출산과 육아를 위해 건강관리를 지원한다. 임산부 출산준비교실에서 출산 준비를 도우며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임산부를 위해 도서관 소장 도서를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물론 무료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기신분증을 발급해 주는데, 이 신분증 뒷면에는 출산장려금 지급 등 성남시에서 시행하는 출산 장려정책이 안내되어 있다. 장애인 가정에는 출산비용을, 다자녀가정은 출산부터 양육비까지 지원한다. 산모들은 앞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신생아들은 무료 청각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에게는 의료비를 지원한다. 영유아 건강검진과 국가필수 예방접종은 기본이다. 맞벌이 부모와 다자녀가정에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지원한다. 취학 전이라면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혹은 가정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성남시는 국·공립어린이집과 아이사랑놀이터를 늘려가고 있으며 민간어린이집 보육환경 개선에도 투자하고 있다.
‘성남형 어린이집’ 다니고 ‘성남형 교육’ 혜택 누리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성남시의 대표적인 정책 중 ‘성남형 어린이집’과 ‘성남형 교육지원사업’이 있다. ‘성남형 어린이집’은 보육 과정과 내용을 학부모에게 전면 개방하여, 텃밭을 마련해 보육 시간에 부모와 함께 가꾼다거나 가족과 간식 만들기, 정원 가꾸기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급식 조리과정, 운영위원회도 공개한다. 성남시는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방형 어린이집 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성남시내 전체 어린이집 754곳(국공립·57, 민간·223, 가정·447, 직장 27) 가운데 26%인 197곳이 참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
성남시에서 학교에 입학하면 친환경 무상급식을 포함한 ‘성남형 교육’의 혜택을 누리게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성남형 교육지원사업’은 올해로 2년차를 맞아 더욱 확대되고 프로그램도 풍성해졌다. 초등1학년의 학교생활 적응을 도와주는 학습도우미는 학부모들의 호응에 힘입어 초등1학년 전체 학급으로 확대하고, 학부모들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초등학생 학습준비물센터도 35개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활용해 37개소에 설치한다. 지난해 초등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생존수영교실은 올해에도 계속되며, 초·중·고 전체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 실습교육도 실시하는 등 안전교육이 더욱 강화됐다.
이밖에도 △진학주치의제 △자기주도성을 위한 토론수업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지원을 위한 진로코칭 프로그램 △중국어 체험센터 설치 등도 성남형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이중 진학주치의제는 대학진학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성남시에서 지원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시작된다. 진로·진학 컨설팅, 논술 및 구술 프로그램, 자기소개서 및 입학사정관제 프로그램 등을 고교별로 실시할 수 있도록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 돕는다. 대학생이라면 ‘든든학자금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성남시는 직계존속이 1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하고, 한국장학재단에서 든든장학금 대출을 받은 지역 대학생들에게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재명 시장과 성남시는 교육 공공성 강화를 민선 6기의 핵심 시정목표로 삼고, 누구나 공평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소득층 자활 돕는 ‘행복드림통장’
성남판 ‘롤링주빌리’ - 빚탕감 프로젝트
성남시는 저소득층의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한 특색 있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행복·드림(DREAM) 통장’과 ‘빚탕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저소득층의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행복·드림(DREAM) 통장’은 얼마 전 10기가 시작됐다. ‘행복·드림(DREAM) 통장’은 참여자가 매달 통장에 10만원을 저축하면 후원자가 10만원을 보태주는 식으로 진행되며 3년이 만기다. 전액 민간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지금까지 후원금 29억9천4백만원이 모였고, 845세대가 후원자와 함께 자활의 꿈을 키웠다.
성남판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로 불리는 빚탕감 프로젝트는 오래된 악성채무로 인해 빚독촉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근심을 덜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부실해진 연체채권을 싸게 사들여 불태워버림으로써 빚독촉의 고통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시민모금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시산하기관을 비롯 기업과 종교계 등에서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33억원의 부실 채권을 태워 없애 500명이 넘는 이들을 구제했다.
성남시는 이와 함께 시청사 9층에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열어 채무자의 자립과 회생을 돕고 있다. 금융복지상담센터에는 재무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3명의 전문 인력이 상주하면서, 신용회복위원회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과 연계해 금융소외계층과 과다 채무자에게 금융구제방안이나 법적 절차를 안내한다.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에 따른 채무조정, 신용회복의 알선과 지원, 위기가정의 무한돌봄 연계 서비스 등 채무자의 경제적 자립과 회생을 위한 업무도 함께 본다.
지난 4월 5일부터는 채무불이행자의 법적 권리 보장과 합리적인 채무 조정, 상황 지원을 위해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채무자가 성남시금융복지상담센터를 통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권 추심사는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이 금지돼 불법 빚독촉을 방지하고, 대리인은 채무자가 진 빚에 대해 법적으로 면책된 채권이나 시효가 지난 채권이 있는지 살펴 채권 추심사와 협의해 채무를 조정한다. 채무자는 우편이나 전화, 문자 등 채권 추심사의 과도한 빚 독촉에서 벗어나 개인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고 조정된 채무액을 상환해 빚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앞서가는 ‘공공의료’와 ‘무상복지’
성남시가 ‘복지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사업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3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에서 최초로 ‘무상 공공산후조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민간산후조리원 이용 지원금도 50만원씩 주겠다는 내용이다.
당시, 진주의료원 폐업에 이어 무상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대조를 이루면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성남시는 일약 ‘복지전도사’와 ‘복지도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성남시의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타 지자체를 압도한다. 성남시는 옛 시청사 부지에 지하2층, 지상5층에 연면적 7,043㎡의 ‘시립의료원’을, 2017년 완공시켜 획기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성남시는 ‘100만 시민주치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시민주치의 제도는 가정마다 주치의를 지정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를 위해 올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관련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상복지’ 논쟁의 중심에 있는 성남시는 성남지역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무상 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 ‘친환경 학교 밥상’ 지원을 확대한다. 학교 급식에 친환경 우수농산물을 쓸 경우 일반 농산물 구매비와 차액 전액을 보전해 주는 것으로 시는 올해 학교급식지원 예산 302억4천만원 가운데 49억65만원을 ‘친환경 우수농산물 차액 지원비’로 책정했다. 차액 지원 비율도 종전 30%에서 33%로, 가공식품은 20%에서 30%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차액 지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이다. ‘친환경 학교 밥상’ 지원으로 성남시내 모든 초등학교 69곳(4만8,500명)·중학교 46곳(3만500명), 특수학교 2곳(430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성남시는 그동안 잡곡으로 분류돼 30%만 지원하던 친환경 현미를 쌀로 분류해 정부미 구매비와 차액 전액을 지원하기위해이 시내 모든 고등학교 35곳(3만6,800명)을 대상으로 7억9,423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밖에도 중학교 신입생에게 교복 구입비를 지원하는 무상교복 사업도 시행중이다. 성남시는 올해부터 기초생활수급자 가정과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 자녀 가운데 중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600여명에게 교복값을 지원했다. 성남시는 무상교복 사업을 전체 중학교 신입생으로 확대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올해 안에 관련 조례를 만들 계획이다.
당초 무상교복 사업은 이재명 시장의 민선 5기 공약사항이었으나 시의회 다수당이던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쳐 조례 제정이 부결된 바 있다. 민선6기 성남시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무상교복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소소하지만 빛나는’ 정책...‘어르신’ 사회활동 지원
이재명 성남시장 본인이 “시장이 돼서 칭찬도 많이 받고 각 가정에 행복을 준 가장 잘 한 사업”이라고 말하는 ‘어르신 소일거리 사업’이 소소하지만 빛나는 정책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어르신 소일거리 사업’은 일자리와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연계한 성남시만의 시책 사업이며, 성남시에 거주하는 만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경로당 급식도우미나 환경정비 사업, 실버금연구역지킴이, 스쿨존교통지도 및 반려견 계도, 복지도우미 등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013년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는 올해 총 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000명이 참여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3월 ‘어르신 소일거리사업 발대식’에 참석해 어르신과 발대 선서를 하고 있다.
성남시에 따르면, ‘어르신 소일거리 사업’은 성남시가 이와는 별도로 진행중인 ‘노인사회활동지원 사업’ 참여 대상이 되지 않는 노인들을 위해 만들었다. 하루 2시간씩, 한 달에 열흘 일하고 월 봉사료 10만원을 받는다. 노인사회활동지원 사업에 비해 근로시간과 비용은 절반 수준이지만 효과는 꽤 크다. 노인들이 직접 일을 하면서 수입을 올리게 되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가정이 화목해지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라토리엄’ 선언에서 ‘복지도시’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남시는 빚더미에 올라 있는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로 꼽혔다. 2010년, 민선5기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재명 시장은 취임 열흘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시 부채 문제를 공식화하고 ‘지불불능으로 의한 지불유예’를 선언했다. 성남시는 당시 판교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끌어다 쓴 전입금 5,400억 원과 미편성 법적 의무금 1,885억 원 등 모두 7,285억 원의 ‘비공식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
성남시는 이후 초긴축예산운용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3년 6개월만에 비공식부채를 정리했다. 그 결과 성남시는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행정자치부에서 실시하는 ‘지방지치단체 재정분석 종합평가 우수기관’에 선정되었다. 특히, 재정건전성과 효율성, 재정운영노력 분야는 최고등급 평가를 받았다. 빚을 갚는 와중에도 성남시의 사회복지예산은 오히려 늘어났다. 2010년 3,222억원이던 성남시 사회복지예산은 2011년 3,732억, 2012년 3,842억, 2013년 5,170억, 2014년 5,507억, 2015년 5,579억으로 늘어났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복지예산을 늘려나간 데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늘진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이재명 시장의 철학이 깔려 있었다. 이 같은 철학은 곧 성남시가 다양한 복지 정책을 편 원동력이 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요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제대로 세금 걷고, 제대로 복지 시행해서, 서민도 부자도 기업도 ‘함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성남시는 세금 철저히 징수하고, 보도블록 도로포장 토목공사 같은 불요불급 예산낭비 철저히 막고, 부정부패 없애면서, 거기서 생긴 돈으로 ‘무상공평’ 정책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시장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이유”라면서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의 책임을 좀 더 확대해야 된다. ‘포퓰리즘’이라고 아무리 비방해도 성남시의 변화와 전진은 계속될 것이다. 나쁜 짓 안하고 모든 시민을 살기 좋게 만들도록 관심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이라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성남시의 복지 및 공공성 강화 행보에 찬반논란을 떠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청을 찾은 어린이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서동철기자>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