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영 | ||
‘스타를 잡아라!’ 이는 연예인의 활동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리는 연예 기획사 입장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다. ‘스타를 놓치지 마라’ 기존 소속사에서는 당장 돈이 되는 소속 연예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연예인의 몸값은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상승 곡선을 그린다.
연예인이 소속사를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 관계자들은 가장 큰 기준은 ‘돈’을 손꼽는다. 소위 A급 연예인의 전속 계약료는 대략 5억원 선. 몇몇 신생 기획사에서 10억원 가량의 자금으로 톱스타 잡기에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 5억원 안팎에서 계약금이 결정된다.
그런데 실제로 고가의 계약금 하나를 바라보고 소속사를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연정훈, 이다해 등을 관리하고 있는 윤선재 실장은 “당장 눈앞에 제시된 계약금보다는 향후 몇 년간 원활한 연예계 활동을 펼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예인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결국 톱스타의 연예계 활동을 완벽히 지원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회사가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해야 ‘돈에 의한 소속사 이전’이 이뤄질 수 있다.
연예인이 소속사를 옮기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는 ‘나를 확실하게 밀어줄 수 있는 회사’를 찾기 위해서다. 중소 기획사에서 이름을 알린 뒤 대형 소속사로 둥지를 옮기는 이들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비록 현재 소속된 중소기획사의 조건(수입 분배 비율 등)이 더 좋을지라도 회사를 옮겨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면 이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
대형 기획사에서 신생 기획사로 옮기는 톱스타 가운데 이런 경우에 속하는 이들도 있다. 인기가 한풀 꺾인 연예인의 경우 다른 연예인 밀어주기에 바빠 자신에게는 상대적으로 소월해진 대형 기획사에 서운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게만 올인해 줄 신생 기획사가 있다면 미련 없이 둥지를 옮긴다. 또한 대형 소속사에서 나와 ‘나홀로’ 활동을 벌이다 신생 기획사와 계약하는 경우도 대부분 이런 경우에 속한다.
최근 가장 빈번한 경우는 업종 변경을 위한 소속사 이전이다. 특히 가수들이 그렇다. 유진의 매니저인 강종완씨는 “‘가수의 길’ 하나만을 요구하는 기존 기획사와 계약이 완료되면 ‘연기’나 ‘MC’ 등 다양한 기회를 보장해 주는 소속사로 옮기려는 이들이 많다”고 얘기한다.
대부분의 스카우트는 사적인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접근해 오는 쪽은 대부분 해당 연예인을 영입하려는 소속사 측이다. 다른 소속사에서 활동중인 연예인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거나 업종 변경을 고민중이라는 소문이 나돌 경우 ‘작업’이 시작된다.
처음엔 대부분 기존 소속사와의 관계로 인해 쉽게 ‘OK’ 대답을 얻어내기가 힘들다. 그러나 보통 세 번째 만남 정도에서 무너진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 이 정도 선에서 계약 만료시점과 계약금 등을 상의한다.
▲ 한가인 | ||
지난해 10월 연예계에선 ‘한가인 쟁탈전’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CF를 통해 연간 매출 10억원이 충분한 한가인의 계약 만료시점(11월)을 앞두고 여러 연예 기획사가 스카우트 경쟁을 벌인 것. 몇몇 대형기획사에선 아는 PD라인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접촉을 시도했고 신생 기획사에선 재학중인 대학교 강의실을 찾거나 가족들과 접촉하며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했다. 계약금으로 심지어 10억원까지 얘기가 오갔다고. 하지만 한가인은 본래 소속사인 원업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했다.
톱스타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이들은 신생 기획사다. 엘리, 장윤정 등 여러 여자 신인가수를 키워 낸 이한구 실장은 “사실 톱스타, 그것도 여자 연예인의 경우 상당한 유지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게다가 한 번의 이미지 손상으로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여자 톱스타를 거액의 계약금으로 영입하는 데에는 그만큼 노림수가 따로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게다가 수익 분배에서도 연예인 측이 훨씬 유리한 조건의 계약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생기획사 입장에서는 그들이 절실하다. 소위 ‘얼굴마담’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 한 명의 톱스타를 보유하면 우선 신인 띄우기가 용이해진다. 요즘 가장 일반적인 신인 띄우기 방식인 ‘끼워팔기’가 가능해지는 것. 또한 톱스타를 배경으로 교섭력이 강해지면 방송 및 영화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게다가 거액의 펀딩을 받는 계기가 되어 줄 수도 있다.
일정 기간 활동을 중단했던 연예인 역시 대부분 신생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다. 여자 연예인에게 일정 기간의 활동 중단은 분명한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기존 대형 기획사가 영입을 주저하는 사이 신생 기획사에서 영입에 박차를 가한다.
▲ 고소영(왼쪽), 고현정 | ||
10년여 만에 연예계로 돌아온 고현정 역시 신생 기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가수 이선희가 세운 이 회사에는 조정린과 이승기 등이 소속되어 있는 신생 기획사였다. 고현정과의 끈끈한 친분을 바탕으로 톱스타를 영입한 뒤 기획사의 위상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이수영을 둘러싼 쟁탈전이 한창이다. 2년 연속 최다 음반판매 가수로 등극한 이수영은 음반 판매 하나만으로도 분명 ‘돈이 되는’ 톱스타에 속한다. 때문에 현재 소속사인 이가기획과 계약 기간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보이지 않는 암투가 계속되고 있다. 소문으로는 제시된 계약금 규모가 2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수영의 매니저 인 김진수 팀장은 “재계약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상당히 많은 기획사들이 이수영에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거액을 베팅하는 곳도 있다던데 이수영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연예계 역시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불경기로 문을 닫는 중소 연예기획사가 줄을 잇자 여기서 나온 매니저들이 잇따라 신생 기획사를 설립했다. 그러다보니 연예인의 몸값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선 서서히 연예계가 곪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