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촉촉이 젖은 눈망울의 문근영의 모습이 담긴 <댄서의 순정> 포스터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문근영의 얼굴에서 ‘어린 신부’의 표정이 자연스레 엿보인다. 영화 <댄서의 순정>은 문근영의 첫 성인연기로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영화 속에서 댄스스포츠 선수로 등장하는 문근영은 전문강사로부터 집중적인 춤지도를 받아야 했다. 지난 16일, 이날의 마지막 촬영이 있던 부천의 한 놀이공원을 찾아 문근영의 춤실력을 엿보았다.
경기도 부천 아인스월드 안의 미니어처 세트 앞. 두툼한 점퍼를 걸친 문근영이 손을 비비며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상대역인 박건형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추는 장면을 연기할 예정이다. 이미 수개월 동안 발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했건만, 수많은 취재진 앞이라서인지 그는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언뜻 문근영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맨발로 달랑 샌들 하나만을 신고 있었는데 춤을 추다가 밟혔는지 리허설 장면에서 신고 있던 토시 위로 신발 자국이 여럿 보였다.
<댄서의 순정>에서 문근영은 스무살의 연변 처녀 ‘장채린’을 연기한다. 그는 연변 최고의 댄서인 언니 장채민을 대신해 한국으로 들어와 한때 최고의 스포츠댄스 선수였던 영새(박건형 분)를 만나게 된다. 영새는 다리를 다치고 춤을 포기했다가 채린을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고 재기도 꿈꾸게 되는 인물이다. 이날 촬영 장면은 문근영이 박건형으로부터 춤을 배우면서 이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이 취재진에게 선보인 춤은 다름아닌 ‘차차차’.
▲ (맨위)댄스스포츠 챔피언 정은실 이진국씨가 직접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가운데)문근영과 박건형. 문근영을 보러온 남학생 팬들은 속깨나 쓰렸을 듯. (맨아래)‘맨발의 댄서’ 문근영의 발. 여러 번 발을 밟혔는지 토시가 얼룩덜룩하다. | ||
정은실 코치는 “문근영씨가 춤을 출 때 스킨십이 자연스레 있다 보니 처음엔 좀 쑥스러워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정 코치에 따르면 박건형은 춤 장면에서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박건형은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뮤지컬 연기를 경험했던 터라 춤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좀 더 떨어진 곳에선 한 할머님이 눈에 띄었다. 매니저와 다름없을 정도로 모든 스케줄 현장에 동행하고 있는, 바로 문근영의 외할머니 신애덕씨(74)였다. 손녀딸이 추운 데서 촬영하고 있는 게 안쓰러웠던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손녀딸을 따라 영화촬영장에 동행하는 것이 힘들 만도 한데 “나야 재밌고 힘든 것 하나도 없지”라며 웃음을 보인다.
“여기 입장료가 비싸서인지 오늘은 남학생 팬들이 많이 안 온 것 같다”는 할머니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수십 명의 남자 중학생 팬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문근영을 애타게 지켜보던 한 팬은 금방이라도 “누나”를 외칠 것만 같았다.
▲ 영화 '댄서의 순정' 포스터 | ||
이날 문근영이 보여준 춤 솜씨는 기대 이상이었다. 손놀림새 하나하나에 세심히 신경을 쓰며 춤을 추던 그는 아직은 앳된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또 원하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