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 건강미 워너비” 여성들도 반했다
유승옥
당대를 대표하는 섹시 스타는 항상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클라라가 대표적이었다. 그는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서며 온몸의 곡선이 드러나는 일명 ‘쫄쫄이 패션’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후 계속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배우 이태임과 방송인 강예빈 역시 비슷한 이유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머물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렇게 ‘몸 열풍’을 주도하던 클라라, 이태임 등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방송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을 향한 시선은 단순히 그들이 엮인 사건을 넘어 노출과 섹시함을 강조하는 여자 연예인의 최후라는 식으로 폄하되며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을 타개하는 지점은 바로 ‘건강미’였다. 그래서 요즘 각광받는 몸짱 스타들은 전문 트레이너 출신들이 많다. 직업적으로, 전문적으로 몸을 가꾸고 몸매를 드러내는 이들인 만큼 그들의 노출과 의상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적다. 단순한 ‘여성의 몸’을 넘어서 ‘여성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옥이 대표적이다. 유승옥은 불과 반 년 사이 건강미의 대명사가 되며 다수 방송 프로그램을 꿰찼다. 지난해 말 열린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톱5에 올랐다는 타이틀은 그의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유승옥의 행보는 노출과 분리될 수 없다. 한 게임의 모델로 발탁돼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였고, 그가 비키니를 입은 모습이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몸매를 가꾸는 팁을 전달하거나 운동법을 전도하는 그는 ‘보여주기 위한 몸’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몸’으로 비춰지며 대중의 반발도 적은 편이다.
온스타일 <더 바디쇼> MC로 나선 유승옥.
최근에는 아예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더 바디쇼>의 MC로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의 몸을 소재로 다룬 프로그램이다. 유승옥 외에 모델 최여진, 방송인 레이디제인 등 몸매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 등장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몸매를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슴 관리법과 올바른 브래지어 착용법, 히프업(Hip-up) 운동법 등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며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윤형석 PD 역시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프로그램”이라며 “‘더 바디쇼’의 가장 큰 목적은 다이어트, 질병 해소도 아니다. 여성들의 자존감을 살리자는 거다. 자기애가 강하면 몸에 투영돼 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획 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유승옥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그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여성 트레이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이가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예정화다. 그는 일명 ‘사격장 뒤태녀’라 불리며 빼어난 몸매로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예정화는 다양한 운동법을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KBS 2TV 개그프로그램 <개그 콘서트> 역시 살빼기를 소재로 다룬 ‘헬스 보이’에 미스코리아 출신 트레이너 정아름과 ‘머슬마니아’ 출신인 이연을 연이어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두 사람의 이름은 방송 다음날까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내렸다.
이는 대중의 관심이 유명인의 ‘얼굴’에서 ‘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깎아놓은 듯한 외모를 강조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개성 강한 얼굴이 오히려 각광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몸매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최근 전문 패션모델로 활동하던 이들이 연기 활동을 겸하며 스타덤에 오르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조짐이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방송 출연자들의 옷의 길이는 짧아지고 노출 역시 잦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방송 제작진은 뛰어난 몸매를 가진 이들을 선호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윤태식 골든핏짐 트레이너는 “최근 들어 매스컴의 영향으로 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여름철이 가까워지면서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상담을 원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몸을 가꾸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을 높이는 것을 넘어 건강을 좋게 만들어 내면까지 다스린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을 자제해주길 당부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