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LG화학이 수급사업자의 배터리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을 50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대기업의 기술자료 요구 및 유용 행위가 적발돼 제재당한 것은 지난 2010년 1월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같은해 10월까지 Y사가 보유한 배터리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넘겨줄 것을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23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배터리라벨은 배터리 제품명과 규격, 용량, 제조연월일 등의 정보를 표시한 스티커다. 협력업체 Y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디지털 인쇄방식은 생산성이 높고 불량률은 낮은 특허기술이다.
처음에는 LG화학의 중국 내 공장에 입주하는 조건으로 라벨 제조원가, 원재료 등을 요구하다가 협상결렬 이후에는 라벨 제조방법 등 구체적 기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협력업체는 LG화학에 기술자료를 넘겨줬고, LG화학은 이를 활용해 지난 2013년 9월부터 자회사인 중국 남경법인에서 자체생산에 들어가면서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중단했다.
반면 LG화학과 전속거래를 해오던 협력업체는 결국 관련 사업을 접어야 했다.
특히 LG화학은 Y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또한 2012년 8월에는 D사가 납품하는 전자 회로판(F-FCB) 6개 모델의 단가를 20% 인하하고, 이를 한 달 전 시점으로 소급적용해 총 1억 4100만 원을 적게 준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행정처분과는 별도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LG화학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측은 “LG화학의 법위반 기간이 짧고, 과징금 산정 기준이 되는 법위반 행위 관련 하도급대금이 크지 않았다. 또한 최근 3년간 법위반 전력이 없었기 때문에 과징금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면서도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를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적발해 엄중 제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