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들 내가 너무 부럽대요”
▲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관심이 집중되는 연예인이 있다. 한국 최초의 일본인 연예인인 유민이 바로 그 주인공. 요즘 그는 드라마 <불량주부>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주부로 출연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다소 무리수가 따르는 설정이다. <불량주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유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눈에 띌 정도다. 하지만 유민을 응원하는 글들도 만만치 않다. 한일 문화 교류의 첨병이 되어줄 유민만의 힘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가장 민감한 문제인 독도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려 했지만 역시 매니저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유민이 한국 연예계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줄곧 매니저로 활동해온 이지훈 실장은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 등 일본과의 시사적인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기자들은 제일 먼저 유민을 찾는다”면서 “일본에 살 당시에는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안들 때문에 유민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얘기한다. 요즘 불거진 외교 현안들에 대해 유민 또래의 일본 젊은이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그러나 유민은 “한국으로 온 뒤 그런 문제들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두 나라 모두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나는 배우인 만큼 문화 교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속내를 밝힌다.
유민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여배우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청순가련형의 외모에 일본 특유의 색깔이 더해져 있다. 하지만 ‘잠시 머무르다 다시 일본으로 갈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보다 폭넓은 사랑을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한국 배우들도 기회만 되면 일본으로 진출하려는 상황에서 일본 배우가 한국에 왔으니 ‘거쳐가는 과정’ 정도로만 보이는 게 당연하다.
“물론 기회만 된다면 다시 일본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유민은 “하지만 이제 내 기반은 한국, 바로 이곳이다. 만약 해외 진출할 기회가 생긴다면 일본이 아닌 더 넓은 시장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 드라마 <불량주부>. | ||
그렇다면 몇 년이 흐른 뒤 혼기가 차면 결혼도 한국 남성과 하게 될지가 궁금하다. 유민의 답변은 “마음이 통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한국인이건 일본인이건 아무 관계없다”는 것.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마음먹어도 시부모님들의 반대가 걱정된다. 젊은이들과 달리 기성세대는 일본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만약 시부모님 되실 분들만 반대하지 않는다면 한국인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
한류 열풍에 대한 유민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라고 한다. “한국 연예계의 저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의 분위기에 매우 놀라고 있는 중”이라는 유민은 “배용준의 팬인 엄마를 비롯해 일본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한국 연예계 얘기를 들려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한다.
유민의 첫 번째 팬은 시청자가 아닌 남자 연예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데뷔 초기 남자 연예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다. “많은 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유민은 “방송국 안에서는 모두와 친하게 지내지만 사적으로 친한 연예인은 몇 명 안 돼 아쉽다”고 얘기한다. 친하게 지내는 한국 연예인은 빈과 박정아 정도.
기자와의 인터뷰는 지난 4월3일로 청담동의 한 미용실에서 이뤄졌다. 전날 SBS 탄현 세트장에서 밤샘 촬영을 마친 뒤 곧바로 미용실로 온 유민은 다시 밤샘 CF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물론 상당히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유민은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유민에게 한국 연예계는 아직도 낯선 공간일 수 있고 외교 현안으로 인한 반일감정 역시 쉽지 않은 숙제일 것이다. 모두 어려운 문제들이지만 유민은 어느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프로의식으로 한국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