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 꼬리표 붙이긴 쉬워도 떼긴 어려워
▲ 데뷔 당시 제2의 최진실로 불렸던 장나라 김현주. 맨 왼쪽은 최진실. | ||
신인을 띄우기 위해서는 무언가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억지 열애설까지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이미테이션은 비교적 손쉽고 깨끗한 방법에 해당된다. 물론 뜨고 나면 ‘제2의’라는 호칭을 떼어내는 게 더 힘들다는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미테이션을 통한 신인 띄우기는 여전히 주효한 방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뜨고 진 스타들의 면면을 살펴보도록 한다.
‘제2의 아무개’에서 ‘아무개’로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스타는 단연 최진실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반증. 지난 90년대 ‘제2의 최진실’로 불리며 화려한 데뷔를 했던 가장 대표적인 이는 단연 이아로와 황인정이다. 이아로는 영화 <천국의 계단>으로 제30회 대종상, 제12회 영평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했고 MBC 공채 22기로 데뷔한 환인정은 드라마 <갈채> 등에 출연했다. 두 배우 모두 최진실과 같은 ‘CF로 뜬 뒤 연예계 데뷔’ 방식으로 연예인이 됐고 외모 역시 최진실과 닮았다. 하지만 두 배우 모두 ‘제2의 최진실’이란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연예계를 떠났다.
이후 최진실 본인이 인정한 ‘제2의 최진실’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장나라다.
“그동안 나와 비교된 신인이 상당수였지만 데뷔 초의 나를 정말 닮은 것은 장나라”라는 최진실은 “어려운 성장과정을 거쳤다는 부분도 나와 비슷하고 악바리 근성도 마음에 든다”고 얘기한 바 있다.
‘제2의 고현정’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들 가운데는 손예진이 가장 눈에 띈다. 그런데 손예진이 ‘제2의 고현정’이란 호칭을 받은 계기는 기존 연예인과 전혀 다르다. 데뷔작 <맛있는 청혼>에서 주연 자리를 꿰찬 기대주 손예진은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뒤에 ‘제2의 고현정’이란 호칭을 받았다. 드라마 <대망>에 주인공으로 출연 당시 김종학 PD로부터 “잘 다듬으면 제2의 고현정이 되겠다”는 평가를 받은 것.
이 외에도 오수민 김사랑 등이 ‘제2의 고현정’이란 호칭을 받고 데뷔했지만 별다른 재미는 보지 못했다. 고현정의 복귀작인 <봄날>에서 고현정의 아역을 맡은 장아영 역시 ‘제2의 고현정’으로 불리고 있지만 아직 신인이라 성공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최고의 호칭은 단연 ‘제2의 심은하’다. 90년대 최고의 브랜드가 ‘최진실’이었다면 2000년대 최고의 브랜드는 단연 ‘심은하’. 이요원 이다해 정시아 남상미 성유리 등 수많은 신인 배우들이 ‘제2의 심은하’라 불려왔고 인기 아역배우인 심혜원에게는 ‘리틀 심은하’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다.
‘제2의 심은하’ 출신 최고의 스타는 이요원과 이다해. 두 배우 모두 최대한 빨리 심은하의 그늘에서 벗어나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스타 등극에 성공했다.
“‘제2의 아무개’로 데뷔해 성공한 이들의 지금 모습을 보면 당시 모델인 ‘아무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금의 김현주나 장나라에게 최진실과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김종학 프로덕션 매니지먼트팀 윤선재 실장은 “반면 뜨는 데 실패한 이들이 오히려 ‘아무개’와 더 많이 닮았고 이미지도 비슷하다. 그만큼 닮은꼴 스타의 가장 큰 관문은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제2의’라는 단어를 떼어낼 수 있느냐 여부에 있다”고 얘기한다.
당시 활동하던 매니저들의 입을 빌리면 기자에게 신인을 ‘제2의 아무개’로 소개해달라는 부탁은 어렵지 않았지만 뜬 이후에 더 이상 ‘제2의 아무개’ 얘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게 더 어려웠다고.
▲ 박한별(왼쪽), 장희진 | ||
최근에는 외모가 아닌 활동 성향에 따라 닮은꼴 스타가 양산되는 게 하나의 추세다.
이는 요즘 넘쳐나는 ‘제2의 보아’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솜이(16) 진보라(18) 우리(14), 그리고 ‘필리핀의 보아’ 산다라 박(21) 등 10대 중반의 나이에 데뷔한 가수들이 여럿인데 하나같이 ‘로우틴 가수’ 보아를 모델로 삼고 있다. 현재 연기자로 활동중인 고아라(15) 역시 ‘제2의 보아’라 불리면서 그 역시 가수 데뷔를 기획중이다.
진보라와 고아라가 모두 보아와 같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