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명예, 권력 등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과대포장을 걷어 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 속물근성(snobbism)
만약 존경의 욕구가 그 사람의 지위에서 오지 않고, 그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인격의 크기나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남부럽지 않은 권력, 부, 명예를 성취한 것이라면 존경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보통사람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속물근성(snobbism)’이다. 알랭 드 보통은 속물이란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부분을 가지고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당초 속물(snob)이란 단어는 19세기 초 영국에서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등 명문대학 시험에서 귀족자제와 일반학생을 구분하기 위해, 작위가 없다는 뜻인 sine nobilitate(s. nob)로 표기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요즘은 ‘상대방에게 높은 지위가 없다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을 일컫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 지위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이 되었다. 오죽하면 알랭 드 보통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 즉 속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라고 했을까?
■ 완장문화의 개선
사회적 서열이나 출세를 중시하는 동양 문화에서도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은 많은 스트레스를 가져오고 감정을 불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소위 ‘체면 문화’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오랜 전통이다. 한 개인의 성공과 성취는 그 사람에 머물지 않고 해당 집안과 가문의 영광으로 이어져서 긴 세월 동안 구전된다.
더구나 동양사회는 시민혁명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없이 서양 문화의 도입으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에 편입되었기 때문에, 집단으로부터 분리된 개인의 성취라는 개념이 별로 발전되지 않았다. 소위 권력을 쥐거나 부를 축적하면 그 자체가 엄청난 ‘완장’의 역할을 하여 그 사람은 해당 집단의 ‘존경’을 받게 되고, 알게 모르게 존경을 받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사람들은 쉽게 부정부패에 연루된다. 이처럼 완장문화는 인간이 가진 존경의 욕구로부터 속물근성으로, 다시 외형적 지위를 중시하는 완장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제는 이 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남과 다른 생각과 방법으로 기업이나 조직을 혁신하고 개인의 창의성을 증진 시키는 사람을 존경하는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존경의 욕구’가 회복될 것이다. 세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완장으로서의 ‘존경’이 아니라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남들로부터 자발적 존경이 우러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 ‘나 돌아 갈래’ 선언
메르스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직까지 백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머지 않아 잠잠해 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위와 권력이 주는 환상으로 인해 속물이 되어 버린 인간들 역시 언젠가는 지위가 가져다 주는 존경의 허상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치 메르스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을 구할 수 있다면, 좀 더 빨리 혼란이 수습될 수 있는 것처럼, 지위로 인해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백신 주사를 놓아 줄 수 있다면 우리의 혼란도 좀 더 빨리 수습될 것이다.
그런데, 지위를 추구하는 인간의 습성은 백신 한 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긴 세월에 걸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돈, 명예, 권력 등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과대포장을 걷어 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돈, 명예, 권력은 사회적으로 의욕과 동기를 불러 일으키는 성장동력은 되어야 하지만,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또한, 그것이 남을 부당하게 무시하거나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은 잘못된 방법으로 돈과 명예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자신이 점점 순수함을 잃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 가길 희망하며, 철길 위에서 ‘나 돌아 갈래’를 외쳐 보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역시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존경의 욕구가 원래 의미하는 그 모습으로.
글_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 리더십교육/ 성과향상 코칭/ 감정코칭 등 다수 경영분야 강의
► 대구 성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MBA)/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 박사(수료)/ LG 인화원 기획팀장(부장)/ 팬택 아카데미 본부장(상무)/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상무)/ LG CAP,Work-out Facilitator/ Hay Group Leadership Facilitator/ KMA Assessment Center Ass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