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의 믿음’ 뭣에 비하랴
▲ 지난 7일 대종상 시상식장에 들어서는 현영.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연예인 중 한명은 현영. SBS <패션70s>에 출연중인 그는 각종 오락프로그램의 패널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영의 매니저는 친오빠인 류승호씨. 본명이 ‘류현영’인 그는 성을 빼고 이름만을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영이 친오빠와 일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류씨는 현영의 매니저로 자청하고 나섰다고 한다. 요즘 현영의 스케줄이 갑자기 많아져서인지 일을 보던 매니저들이 모두들 힘겨워했다는 것. 매니저를 해본 경험이 전혀 없지만 류씨는 “나보다는 동생이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털어놓는다. 든든한 친오빠가 언제나 함께 다니니 이보다 더 믿을 만한 매니저가 어디 있을까.
가장 좋은 점은 ‘출퇴근’이 편리하다는 사실이다. 수원집을 떠나 오빠와 서울에서 둘이 살고 있는 현영은 “집까지 편하고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간의 불만도 없진 않은 모양이다. 마음대로 술을 먹거나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기 때문. “말 그대로 딴 짓을 할 틈이 전혀 없으니 불편할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 현영이다. 하지만 생김새가 달라 방송국에서도 두 사람이 친남매 사이라는 걸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류승호씨는 “혹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봐 친오빠라는 걸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요즘엔 조금씩 알려져서인지 신경 써 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현영과같이 대부분 친오빠가 연예인인 여동생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혜정과 추상미도 한때 친오빠가 매니저로 일했고, 진재영 또한 친오빠 진재희씨가 몇 달 전 사망하기 전까지 매니저를 맡아왔었다. 가수 바다(본명 최성희) 또한 솔로가수로 활동하면서 친오빠 최성욱씨와 함께 일했었다. 이 ‘인연’이 계기가 돼 바다가 뮤지컬 공연을 할 때 친오빠 최씨가 극중 바다의 매니저 역으로 무대에 함께 서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신은경의 경우엔 쌍둥이 남동생 중 한 명인 신동규씨가 소속사 직원으로 일하며 매니저를 맡아왔다.
▲ 문근영(왼쪽), 장나라 | ||
예전에야 매니지먼트 업계가 전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직접 매니저로 활동하는 경우가 흔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연예인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사들의 힘이 커지면서 ‘매니저’와 ‘매니지먼트’의 영역도 넓어졌다. 이와 같은 상항에서도 ‘가족매니저’와 일하는 스타들에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가족을 매니저로 두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믿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매니저와 연예인간의 관계도 ‘사람 대 사람’의 일이어서 간혹 안 좋은 일이 불거지곤 한다. 몇몇 연예인들이 매니저와 돈 문제로 얽히거나, 때론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87년 데뷔 당시부터 계속 최수지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최수지의 친오빠 최환씨는 “아무래도 돈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예전에는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사가 없었기 때문에 돈 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족이 가장 믿을 만하니까 그런 문제를 대신 처리하면서 매니저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인터뷰 말미에 다음과 같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10~15년 전만에도 ‘톱급’의 스타들이 받는 CF 개런티는 불과 5천만원 정도였다. 방송영화계, 매니지먼트업계가 성장하면서 스타들의 개런티 규모도 자연스레 높아졌고, 그에 따라 매니저와 매니지먼트사들이 버는 수입규모도 어마어마해졌다. 하지만 매니지먼트사의 전문성이 함께 높아졌는지는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