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우유가 사회·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돼 이목을 끌었다. 지난 3월 28일 게재된 이 기사는 인류의 2/3는 젖을 뗀 이후에 락타아제의 분비가 줄어들거나 결핍되고 나머지 1/3만이 성인이 되어서도 분비가 지속된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러한 유전적 차이점이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Justin Cook은 1500년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에 걸친 108개국의 인종 구성을 조사하기 위해 그들의 이주 흐름을 살폈다. 그리고 인종별로 락토오스(젖당) 내증 자료에 기반해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인구 비를 추정했다. 그 결과 식민지 이전 시대의 서유럽이 가장 높은 락타아제 지속성 비율을 보였으며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과 동남아시아가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Justin Cook은 락타아제 지속성 발생빈도가 단일표준편차 내에서 증가하면 인구밀도가 40% 증가하게 된다는 이론을 제시하며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우유 소화가 가능해 우유를 마신 사람들은 가축으로부터 우유를 추출하여 식품으로 섭취한 것은 물론 가축을 경작, 비료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었고 우유 안에 포함된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은 식민지 이전 시대 사람들의 식습관에 균형을 맞추고 질병 발생률을 낮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들은 우유를 많이 마시는 사회가 더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식민지 이전 시대에 우유를 많이 마신 사회가 더 높은 인구밀도를 가지게 됨에 따라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보다 빠르게 사회·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 오늘날 상대적으로 더 부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 산출물을 ‘우유’라는 한 가지 요소로만 설명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에 게재된 흥미로운 이 기사는 우리에게 사회·경제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유의 영양학적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