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친화력이 보유하고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 균형의 미학을 추구해야…
사실, 한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사회 문화적 영향력에 의해 크게 지배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의 문화는 오래 된 유교적 전통에서 비롯되었고, K-Pop의 세계적 성공도 한국인의 신명 나는 놀이문화와 결코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 친화력은 열정이다
친화력이 높은 조직이나 집단의 구성원이 스트레스가 적고 생산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실제로 20세기 전반 미국에서 유명한 호손 실험이 있었다. 호손 실험의 결론에 의하면, 노동 생산성을 좌우하는 것은 작업시간, 조명, 임금과 같은 과학적 관리법에서 중시한 것이 아니고, 근로자가 자신이 속하는 집단에 대해서 갖는 감정, 태도 등의 심리조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비공식적 상호작용이므로,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근로자를 에워싸고 있는 인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수십 년에 걸쳐 경영의 초점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노력 못지 않게 구성원의 내재된 에너지를 관리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관리자 훈련의 초점도 대인관계 향상에 있었고, 관리능력이 아니라 리더십 능력과 코칭이 점점 대세가 되어 왔으며, 팀워크와 동료들간의 열정을 통해 성공을 일군 기업사례가 널리 소개되었다.
■ 친화력은 냉정하다
친화력이 좋은 사람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친화력이 높다는 것이 단순히 ‘사람이 좋다’ 라든가,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면, 고위 관리자나 임원으로 승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에서 40대 임원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가 있었다. 그들의 성격과 경력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친화력이 높을수록 오히려 수입과 승진에서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된 말로 ‘나쁜 놈이 출세한다’는 속설을 당당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수록 서로에게 실망감과 상처로 귀결될 수도 있음을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다. 마냥 좋게만 들리는 ‘친화력’이라는 단어 안에서도 이처럼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 균형의 미학
그러므로 이 복잡한 세상을 일도양단하여 말하는 사람처럼 위험한 사람은 없다. 일견 그것이 옳다고 생각되어도, 일견 그것이 그르다고 생각되어도 곰곰이 생각하여 이치를 따져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친화력’의 진가를 더 올려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금에 남에게 인정 받고 인기를 얻는 것이 경쟁력이 되면서 ‘포퓰리즘(Populism)’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원래 포퓰리즘은 인기영합주의나 대중영합주의와 같이 현실성을 도외시하고 합리성을 넘어선 선심성 정책을 통해 자신의 권력기반이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인간이 지닌 친화욕구를 활용해 자신의 이기적 욕망만을 추구하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동양의 고전 중용(中庸)에는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희로애락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태를 중이라 일컫고, 그것이 발현되어 상황의 절도에 들어 맞는 것을 화라고 일컫는다)라는 문구가 있다. 덮어 놓고 친화력을 발휘하려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아닐 때에는 친화력도 독이 될 수 있다. 친화력도 좋지만 그것이 때에 맞게 발현되어야 만사가 순조롭다는 뜻이다. 유머도 때에 맞으면 즐겁지만 때와 장소, 상황에 맞지 않으면 생뚱 맞은 일이 되는 것처럼, 분노도 거룩한 분노가 있고,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어리둥절한 분노가 있다.
분명 친화력이 중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친화력이 보유하고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 그 균형의 미학을 추구할 줄 알아야 한다.
글_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 리더십교육/ 성과향상 코칭/ 감정코칭 등 다수 경영분야 강의
►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MBA)/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 박사(수료)/ LG 인화원 기획팀장(부장)/ 팬택 아카데미 본부장(상무)/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상무)/ LG CAP,Work-out Facilitator/ Hay Group Leadership Facilitator/ KMA Assessment Center Ass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