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예쁜 남자 아닌데요^^;”
―공길 역할을 어떻게 맡게 됐나.
▲먼저 영화 <왕의 남자>의 시나리오를 접하게 됐다. 작품에 매료돼 욕심이 발동했는데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먼저 감독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 뒤 오디션에 참가했다. 3차까지 오디션을 치르는 데 걸린 한 달 가량은 정말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가능성을 믿고 캐스팅해준 제작진에게 너무 감사하다.
―‘공길’ 역할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공길이라는 캐릭터보다는 <왕의 남자>라는 작품 자체가 좋았다. ‘공길’이라는 캐릭터만 떼어 놓고 본다면 남자로서 거부감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인물이라는 점이 좋았다.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였다.
▲선생님(다른 배우들)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이준익 감독님의 전반적인 컨트롤도 큰 도움이 됐다. 크랭크인을 앞두고 석 달가량 준비 과정을 가졌다. 기본적인 광대 수업을 거치며 연기 트레이닝을 겸했다. 또한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조금씩 ‘공길’에 가까이 다가섰다. ‘공길’의 말투와 행동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을 별도로 준비하기보다 텅 비어 있는 상태에서 각각의 상황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정치권도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데.
▲딱히 정치권 인사들의 반응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왕의 남자>는 그 자체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보는 이에게 뭔가를 느끼게 해준다. 정치인들 역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분명히 느끼는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면 어느 역할이 더 욕심 나겠나.
▲<왕의 남자>의 주요 캐릭터 4명은 모두 각각의 아픔과 매력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공감대를 건네준다. 따라서 모든 역할이 각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다만 촬영하는 내내 나는 연륜이 짧아 연산군이나 장생은 소화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정진영, 감우성 두 선배 배우의 연기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접하며 느끼고 배운 게 많다.
―반면 ‘공길’만의 매력은.
▲‘공길’이 처한 상황과 슬픔을 접하며 관객들이 애틋함과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는 게 매력인 것 같다.
―요즘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예쁜 남자 신드롬’을 대표하는 연예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남자는 무조건 터프하고 강해야 한다는 기존의 남성상이 최근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남자라고 모두가 강하고 터프한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갈증이 분명 있어왔고 이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느껴왔을 것이다. 최근 불고 있는 ‘예쁜 남자(소위 꽃미남) 신드롬’이 이런 갈증을 풀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 진정한 ‘예쁜 남자’라고 생각했던 연예인은 누구인가.
▲너무 많다. 사실 나는 ‘예쁜 남자’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하하.
―영화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본인 역시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소감이 남다를 텐데.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얼떨떨하다. 너무 큰 사랑에 대해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지금의 기쁨이 큰 실망과 상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부분을 유념하고 있다. 그래서 매사에 조심하고 긴장하려 한다. 사실 지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 이준기를 접하며 ‘내가 아닌 내가 되어 버린 느낌’을 받고 있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