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타고 귀국 ‘협녀’로 연착륙 노린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악역 T-1000으로 출연한 이병헌은 이번 내한 행사에는 함께하지 않지만, 흥행 여부를 보며 <협녀> 홍보 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병헌의 복귀는 앞서 공백을 보내다가 돌아왔던 여느 스타들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던 ‘50억 원 협박사건’의 여파 탓이다. 이병헌이 20대 여성 두 명과 함께 가진 술자리에서 몰래 찍힌 동영상을 빌미로 50억 원을 요구받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난 사건 전말은 가해와 피해 여부를 떠나 유명인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로 인해 이병헌은 국내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개봉을 준비해왔던 <협녀>가 직격탄을 맞았다. <협녀>는 해를 넘겨 올해 1~2월로 개봉을 고려해왔지만 쉽게 잦아들지 않는 여론 탓에 시기를 미뤄오다가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 아래 8월 개봉을 확정했다.
<협녀> 포스터.
사실 이병헌은 최근 2~3년 동안 할리우드 활동에 주력해왔다. 특히 지난해 협박 사건에 연루된 직후에는 알 파치노가 주연한 <비욘드 디시트>, 댄젤 워싱턴에 출연하는 <황야의 7인>에 연달아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에 집중해온 탓에 향후 그의 주력 무대가 국내가 아닌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영화계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도 이병헌은 미국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3~4시간 떨어진 외곽 지역에서 <황야의 7인>을 촬영하고 있다. 이 영화는 당초 8월 중순 촬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비가 많이 내린 현지 기상 사정 탓에 일정이 지연돼 9월 초까지 연장된 상태다. 앞서 이병헌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들과 달리 이번에는 분량도 상당히 많다. 9월까지 촬영에 집중해야 하는 이병헌은 7월 국내로 돌아와 <협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뒤 다시 출국해 나머지 촬영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영화 개봉을 앞둔 주연 배우가 보통 소화하는 일정을 이병헌이 그대로 참여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제작보고회 참석 이후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영화를 처음 공개하는 시사회에 맞춰 다시 돌아온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100%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미국 촬영 현장에서 만들어질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최대한 일정을 조율해 <협녀> 시사회 등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병헌의 국내 활동 복귀는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든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연루된 사건이 연예계에서도 흔하지 않았던 일인 만큼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나선 그에게 쏟아지는 관련 질문에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뜨거운 관심이 일어나는 분위기는 조심스럽게 짐작되고 있다. <협녀>가 18일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티저 예고편은 하루 만에 조회수 60만 회를 기록했고, 일주일 뒤에는 120만 회를 넘어섰다. 보통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예고편이 기록하는 조회수 수준이다.
이렇게 관심을 얻는 <협녀>는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대작이다. 고려 말을 배경으로 삼은 무협액션으로 이병헌은 전도연, 김고은과 호흡을 맞추고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무사 역을 맡았다. 영화의 완성도를 놓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개봉 이후의 반응은 사실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 더욱이 이병헌 사건의 여파로 개봉이 지연돼 왔다는 사실이 워낙 많이 알려진 탓에 이 점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지켜봐야 한다.
<협녀>로 복귀하는 이병헌이지만 그 보다 먼저 7월 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제니시스> 관련 행사는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개봉 당일 영화 주인공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에밀리아 클라크가 내한해 기자회견과 시사회, 레드카펫 등의 행사를 진행하지만 이병헌은 이에 불참한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수현처럼 보통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한국배우가 분량과 관계없이 국내 프로모션에는 적극 나서왔던 점과 비교하면 뜻밖의 선택이다. 이와 관련해 이병헌 측은 미국에서 빠듯하게 진행 중인 <황야의 7인> 촬영을 이유로 들었다. <협녀>는 물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일정까지 동시에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이지만 동시에 한국영화 <협녀>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