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연예인? 택도 없삼
“안녕하세요~ 연예가중계에서 나왔습니다~”
“아~ 예…(마지못해 떨떠름한 미소).”
“죄송하지만 지금 인터뷰 가능할까요?”
“지금 메이크업 수정해야 하거든요. 식사 후에 하시죠. 그나저나 질문지 좀 보여주시겠어요? 흠…. 이런 이런 질문은 지금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니까 빼주시죠.”
“(질문의 반 이상이 잘려나간 인터뷰 대본을 보며 허탈하게)네 그러죠.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스타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물일곱살 내 인생에 연예리포터라는 하필이면 참으로 어려운 직업을 택한 현장에서 늘상 겪는 나의 모습이다.
<연예가중계>란 프로그램이 어떤 방송이던가. 20년이 넘도록 부동의 시청률을 지키며 방송 1천회가 넘도록 한 번도 쉬지 않았던 최장수 프로그램 아니던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윤형주 아저씨의 진행을 보며 자연스럽게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한마디로 내겐 내가 그 출연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폼 나는 프로그램이었다.
허나 그 멋진 <연예가 중계>의 리포터들은 스타들 앞에서 그리 폼 나지 못하다는 거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지만 모든 스타들이 그런 것은 아니며 일부 매니저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스타들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왜 이렇게 스타들을 인터뷰하기 힘든 시대가 온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 <천국의 계단>으로 유명한 이장수 PD의 글을 본적이 있다. 이제 스타들에게 돈 주고 인터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절대 웃고 넘기기 힘든 청천벽력 같은 얘기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생존전략(?)에도 변화를 줘야 할 이야기라 아찔하기까지 했다.
왜 이런 얘기까지 나오게 된 건지 이유는 정말이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스타의 권력화현상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댈 수도 있을 테고 케이블TV를 비롯한 수많은 연예정보프로그램의 등장에 따른 그들 나름의 대처 방법일 수도 있겠다.
‘연예리포터들도 TV 나오는 다 같은 연예인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우린 절대 나서서는 안 될, 늘 그들을 빛내주기 위한 조연에 불과하다. 그들의 말에 맞장구쳐주며 그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끌어내야하고 온갖 눈치를 보며 예민한 질문을 해야 한다. 그들이 힘들고 지쳐 보일 때 우린 재롱이라도(?) 떨어 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뿐만 아니다. 시상식장에선 수많은 카메라와 인파에 휩쓸려 무거운 카메라에 머리를 부딪치고 바닥에 넘어지기도 하며 보디가드들의 힘에 눌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일쑤인 게 연예 리포터들이다.
그런데도 왜 몇 안 되는 우리 연예 리포터들은 죽을 힘을 다해 뛰는 걸까. 그건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다. 시청자들이여. <연예가중계> 화면 속의 숨어있는 1인치를 봐 달라. 열심히 뛰어다니는 연예리포터 김태진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뛸 나는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으며 느낀 바들을 <일요신문> 지면을 통해 전격 공개할 것이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