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엘리엇 매니지먼트 합병 반대 홈페이지 캡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일 엘리엇과 그 대표에 대해 대리인 위임 등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2일 밝혔다.
안진 측은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자인 엘리엇이 그들의 대리인인 ‘리앤머로우(LEE&MORROW)’를 통해 딜로이트 안진의 시니어 회계사 2명을 의결권 대리인으로 위임한 사실이 없음에도 관련 서류에 대리인으로 기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오는 17일 예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 6월 24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공시를 통해 명단을 공개했다. 해당 명단에는 딜로이트 안진 소속의 회계사 2명이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유에 대한 대리인’으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안진은 현재 삼성물산의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안진 측은 “이로 인해 딜로이트 안진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세력에게 동조하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삼성물산에 대한 자문 업무를 방해받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고객과의 신뢰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름을 도용당한 회계사 2명 역시 엘리엇과 대표를 상대로 자본시장법 위반 허위공시 혐의로 남부지검에 1일 고발장을 접수하고, 금융감독원에 허위공시 혐의를 알리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안진 측은 전했다.
이에 앞서 또 다른 회계법인인 EY한영도 엘리엇에 대해 법적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엘리엇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기업가치분석보고서가 악의적으로 무단 사용됐다는 것이다.
EY한영 측은 “엘리엇이 증거로 낸 가치평가분석보고서는 인수·합병(M&A) 용도가 아니라 일반투자 용도로 제공된 것”이라며 “법인 명의의 최종승인 도장이 찍히지 않은 초안 상태의 보고서를 무단으로 증거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EY한영은 엘리엇 측에 해당 보고서의 증거 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보고서를 무단 사용한 데 대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그동안 엘리엇이 치밀하고 집요한 글로벌 소송을 진행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리인 허위기재, 다른 목적으로 작성된 투자보고서 의도적 인용 등이 단순 실수라고 보긴 석연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