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전선 3대 악역에 감동의 물결
▲ 이시은, 유지연, 이주화(왼쪽부터) | ||
하지만 이 드라마를 인기 장수 드라마로 만든 일등 공신들은 유명 배우들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얼굴이 아닌 정반대로 이름만으로는 도통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들이다. 매주 이혼하고 매 맞고 바람피는 그녀들의 이름은 바로 이시은, 유지연, 이주화.
차인표, 심은하와 함께 MBC 22기 공채 탤런트로 뽑힌 이시은은 당시 동료인 심은하보다 더 주목받는 신인이었다. 오랜 연극배우로서의 내공이 쌓인 그녀는 공채 탤런트로 뽑히자마자 미니시리즈의 주연을 거머쥐었다. 그랬던 그녀가 결혼과 연년생 아이의 출산으로 급기야 연기 생활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당시 내성적이었던 그녀는 자신과 연기생활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업 주부로서의 생활에 매달리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사랑과 전쟁’이 처음 시작되면서 담당 PD는 오랜 공백기를 갖고 있는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 아이들의 육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그녀는 내심 방송에서 종횡 무진 활약하고 있는 동기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이혼녀 역할이면 어떠냐” 라는 심정으로 이 ‘센’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출연하면서 갖가지 오해도 많이 받게 되었다. 슈퍼마켓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연하남과 바람을 피우는 자신을 꾸짖기도 했고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님들의 이유 없는 손가락질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것도 다 프로그램이 인기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면서 그녀는 특유의 넉넉하고 여유 있는 웃음을 짓는다.
유지연은 서울대 국악과 출신의 재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연기자를 꿈꿔왔던 소녀다. 대학 때 슈퍼 탤런트로 당당히 선발되었지만 작품이 없어 연기자의 꿈을 펼치지 못했던 그녀에게 어느 날 동료 연예인이 ‘사랑과 전쟁’에 대신 출연해줄 것을 부탁해 왔다(당시 소재가 너무 강해서 동료 연예인이 도저히 자신은 소화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유지연에게 역할을 넘겨주었던 것이다).
연기에 목말라있던 유지연은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남의 남자를 뺏는 역할이었던 그녀는 “‘사랑과 전쟁’ 출연 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왜 그렇게 사느냐며 꾸중과 걱정을 들어야했다”고 털어놓는다. 게다가 현재 미혼인 그녀는 ‘사랑과 전쟁’ 출연 이후 잦았던 소개팅도 끊어졌다. 사실 유지연은 지난 2004년부터 이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을 그만두었지만 아직도 각종 케이블과 지역 방송에서 재방송되기 때문에 여전히 그녀를 ‘사랑과 전쟁’ 전문 배우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사랑과 전쟁’ 배우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같은 미혼으로 매주 이혼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이주화 역시 KBS 공채 탤런트다. 데뷔 이후 수더분하게 생긴 그녀의 외모 덕분에 항상 편한 연기만을 펼쳤던 그녀도 ‘사랑과 전쟁’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그녀에게 이혼 전문 배우의 역할은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활동 이후 정기적인 수입이 없던 그녀는 얼마 전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다. 그동안 모은 재산을 탈탈 털어서 오픈한 가게에는 여느 연예인의 가게처럼 자신의 사진이나 동료 연예인들의 사인이 가득한 벽 대신 깔끔한 타일로만 장식했다. 하지만 중년층의 아줌마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가게는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는 언니네 가게라는 별칭이 지어졌다고 한다.
각각 서로 다른 색깔과 외모로 매주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고 있는 세 여인은 각자 단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전혀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기회를 통해 이들 셋이 굉장히 친해진 사연이 있다. 바로 몇 년 전 단체로 바람 피우는 스토리를 촬영하면서 그 드라마에 모든 주인공들이 함께 출연했던 것. 당시 속초로 촬영을 간 이들은 함께 방을 사용하면서 그동안 자신의 데뷔 이후의 활동 이력들을 털어놓으며 금세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