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떻게 된 일이죠?” 망자는 말이 없다
탤런트 하희라 씨는 최근 여읜 자신의 어머니가 하던 계로 인해 민사소송에 휘말렸다. 사진은 라 씨가 하희라 씨 가족에 청구한 계금반환 청구 소장.
서울 방배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라연화 씨(여·45)는 지난 2005년부터 자신의 미용실에 손님으로 오기 시작한 황 아무개 씨와 자연스레 친분을 쌓게 된다. 황 씨는 자신의 딸 집이 있는 방배동에 어린 손주들을 보러 자주 드나들었다.
친분이 쌓이면서 이러저러한 사적 얘기들을 주고받게 되고 황 씨는 자신의 딸이 탤런트 하희라 씨라는 것을 밝히게 된다. 처음 만남 이후 2년 정도 지난, 2007년 6월부터 라 씨는 황 씨의 권유로 한 달에 40만 원씩 25개월간 불입하는 ‘순번계’를 시작하게 된다. 해당 계가 끝나면 또다시 새로운 계를 드는 방식으로 지난 4월 30일 황 씨가 사망할 때까지 라 씨는 계를 지속해 왔다.
황 씨에 대한 믿음이 커진 라 씨는 계를 지속할수록 더 많은 돈을 불입하게 된다. 급기야 지난 2013년 10월 10일 황 씨를 통해 한 계좌당 계금 140만 원을 36개월간 불입하는 순번계에 두 계좌를 가입하게 된다. 이 순번계는 해당 순번이 오기 전까지는 계금 140만 원을 납부하되 그 순번에 따라 계금을 수령한 이들은 이후에 이자 30만 원까지 더해 170만 원을 불입하기로 약속된 계였다.
이에 따라 라 씨는 매월 10일 전후(9~11일)로 두 계좌 분의 곗돈인 280만 원의 계금을 황 씨의 은행 계좌로 이체해 오다, 지난 4월 10일에는 황 씨의 요청에 따라 정 아무개 씨에게 직접 계금을 납부했다. 황 씨는 라 씨에게 정 씨를, 계의 규모가 커서 자신과 같이 계를 이끌어가는 공동계주라고 일러줬다. 이렇게 라 씨가 황 씨 계좌로 이체한 계금은 19차례에 걸쳐 총 5320만 원(정 씨 계좌로 1차례 이체한 금액 포함)에 달한다.
또한 황 씨는 라 씨의 요청에 따라, 라 씨에게 이 사건 순번계 계좌 중 1개에 대한 계금을 오는 8월에 타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 씨는 지난 4월 30일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사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순번계는 깨지게 됐다. 라 씨는 지난 5월, 황 씨가 생전에 공동계주라고 알려줬던 정 씨를, 정 씨가 운영하는 서울 행당동 식당으로 찾아갔고, 황 씨에게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라 씨 자신의 이름은 계원 명단에도 없었으며, 대신 황 씨는 자신과 자신의 막내딸인 하 아무개 씨 이름으로 5계좌의 계에 가입해 3번이나 계를 이미 탔던 상황이었다. 3번의 계를 탄 이후에 매월 790만 원(2계좌 280만 원+3계좌 510만 원)의 곗돈을 납부하던 황 씨는 3080만 원의 곗돈마저 체불된 상태였다. 라 씨는 황 씨의 딸인 하희라 씨 등에게 계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하자 소송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 대응에 나섰다.
라 씨는 <일요신문>과 만나 “70세가 넘은 노인을 뭘 믿고 계를 들었겠나. ‘하희라 엄마, 최수종 장모’라는 얘기에 믿고 했다. 그런데 하희라 씨가 날 모르는 것도 아닌데 (문제 해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체 했다. 내가 딸이라면 상대방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으니 자신의 어머니가 저질러 놓은 일의 사실관계라도 명확히 따져봤을 것인데, 전혀 그런 것도 없었다”며 “황 씨가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형사소송으로 걸었을 텐데, 돌아가시니까 어쩔 수 없이 하희라 씨를 포함한 상속인들에게 민사소송을 걸 게 됐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D 소속의 라 씨 담당변호사는 지난 5월 중순 하희라 씨 세 자매들에게 계금 5320만 원에 대한 반환 청구 건으로 내용증명을 보낸다. D 법무법인은 하 씨 자매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귀하가 2015년 5월 29일까지 발신의뢰인(라연화 씨)에게 위 계금(5320만 원)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귀하의 일반재산에 대한 가압류, 민사소송의 제기 등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오니, 이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계의 실제 계주인 정 아무개 씨에게도 계금 반환 청구권에 대한 건으로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정 씨는 “라연화 씨와 같이 황 씨를 계주로 알고 본인과 상관없이 계를 불입한 사람이 다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지만 본인은 그 사람들 모두 다 모르는 사람들이고 라 씨도 계원으로 인정할 상황이 아닙니다”며 “더욱이 본인은 황 씨로 인해 많은 계금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생면부지의 사람이 계원이라고 나타나 계금 반환 요구를 한 것에 대해 황당할 뿐입니다”고 답변했다.
여전히 황 씨의 상속인인 하희라 씨 등은 답이 없었고 D 법무법인은 6월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소장에서 라 씨의 변호인은 “원고에게 망인(황 씨)의 배우자인 피고 하 아무개 씨(하희라 씨의 부친)는 계금반환채무(5320만 원) 중 그의 법정상속분 3분의 1에 상응하는 금 1773만 3333원, 망인의 자녀들인 나머지 피고들은 각 그들의 법정 상속분 9분의 2에 상응하는 금 1182만 222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입니다”고 적시했다.
하희라 씨 소속사 측은 소송이 제기된 만큼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될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 씨 소속사 관계자는 “하희라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어머니가 계를 하고 있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송이 제기됐으면 법에 따라 진행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