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실적 감소에 구매력 높은 타이틀리스트 등으로 동남아 교두보 확보…휠라홀딩스 “컨설팅 등 목적”
#동남아로 판로 확대 나설까
의류 브랜드 휠라의 글로벌 지주사인 휠라홀딩스는 ‘휠라’와 ‘아쿠쉬네트’ 두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휠라의 국내지사였던 휠라코리아(휠라홀딩스의 전신)가 2007년 휠라의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휠라홀딩스로 변경했고 2011년 미국의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다. 휠라 부문의 경우 한국, 북미, 말레이시아 등에서 휠라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아쿠쉬네트 부문은 골프 전문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을 필두로 골프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휠라홀딩스는 올해 3분기 자회사인 아쿠쉬네트의 베트남 법인(Acushnet Vietnam Co. LTD)을 신설했다. 휠라홀딩스가 휠라 부문의 매출 실적이 감소하면서 구매력 높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홍콩 특별자치구에 신규 법인 ‘미스토 브랜드 홀딩스’를 세운 데 이어 올해 2월 상하이에도 신규 법인 ‘미스토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세우는 등 신규 브랜드 발굴과 판로 확대에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선 휠라홀딩스의 이런 움직임이 미래 비전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 5개년 전략’의 목표 달성을 위한 ‘새 판 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휠라홀딩스는 오는 2026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연 매출 4조 4000억 원, 영업이익률 15~16%을 달성한다는 '위닝투게더' 전략을 발표했다. 목표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으로 6600억~7040억 원가량을 발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휠라홀딩스는 4조 66억 원의 매출과 303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미국 시장에서 손실이 누적되면서 동남아 등 아시아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휠라홀딩스는 최근 휠라 부문에 속한 미국 법인 휠라U.S.A.를 정리하는 등 부진한 사업부 개편에 나섰다. 휠라홀딩스는 지난 11월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휠라U.S.A의 영업정지를 공시했다. 손실이 쌓인 미국 법인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을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미국 법인의 영업정지 규모(예상 매출감소액)는 2618억 원으로 지난해 휠라홀딩스 연매출의 약 7%를 차지하고 있어 당장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규 법인이 신설되는 베트남의 경우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한다. 내수가 탄탄하고 성장 잠재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1%로 부탄(7.2%), 몽골(7%),인도(6.5%)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패션업계가 눈독 들이는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2017년도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LF의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9호점을 개설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역시 자회사 슈퍼트레인 산하의 골프 브랜드 ‘왁’을 베트남, 중국을 포함한 10개국에 진출시켜 유통하는 중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시장 자체가 아직 무르익기 전이라 ‘선점’의 개념으로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는 추세다. 베트남 쪽도 K-패션 브랜드들을 프리미엄으로 인지하고 있어서 국내 기업에 유리한 시장”이라며 “아쿠쉬네트는 미국 브랜드라서 더 고급화 전략으로 갈 수도 있다. 브랜드만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생산시설까지 진출한다면 베트남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동남아 생산 거점을 마련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다른 관계자는 “특히 골프와 관련해서는 국내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베트남은 뚜렷한 성장기다. 아쿠쉬네트가 올해 초 진출한 동남아 매장들에서 유의미한 반응이 오고 있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실적 선방 휠라홀딩스, 믿을 건 아쿠쉬네트
올해 3분기 주요 패션업체들의 실적은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 36% 감소한 4330억 원, 2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3%, 66% 감소한 2960억 원, 21억 원을 기록했다. 한섬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3%, 31% 감소한 3142억 원, 60억 원을 올렸다. 코오롱FnC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을 2305억 원으로 7% 늘렸지만 영업손실은 149억 원에 달했다.
패션업계의 부진은 내수침체가 이어지며 의류 소비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기후 현상도 3분기 패션업계 부진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업계에는 ‘날씨가 영업사원’이라는 격언이 있다. 통상 광복절부터 추석 연휴까지 찬바람이 불면서 가을 옷들이 팔려나가야 하는데 올해는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가을 아이템들이 판매시기를 놓쳤다. 경기 둔화와 맞물리면서 타격이 컸다.
반면 휠라홀딩스 실적은 개선세다. 휠라홀딩스는 3분기 매출액 1조 500억 원, 영업이익 934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1% 오른 수치다. 특히 아쿠쉬네트 부문 3분기 매출이 8441억 원으로 전년 동기인 7789억 원에 비해 8%가량 늘면서 실적 견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쿠쉬네트의 타이틀리스트는 신제품을 내면 무조건 반응이 오는 ‘효자’라인이다. 활약이 컸다”라며 “국내 사업 부문도 휠라의 브랜드력 침체로 한동안 굉장히 부진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우 한소희를 모델로 삼으면서 신규 프랜차이즈 모델인 에샤페·인터런 등이 전년도에 비해 성장했다. 중국에서도 매출이 소폭 감소했으나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 법인의 영업 정지와 구조조정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그간 발목을 잡았던 적자는 해소된다. 향후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한다면 내년에 더 순조롭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휠라홀딩스는 “컨설팅 등의 목적으로 올해 8월 베트남에 처음으로 아쿠쉬네트 법인을 설립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