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밀양’ 되나
새만금 송전선로는 새만금 산업단지 전력공급을 위해 한전이 지난 2008년부터 군산변전소∼새만금변전소 구간에 345㎸급 송전탑 88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애초 2010년 12월 완공이 목표였으나 주민들이 건강악화와 환경 파괴, 재산권 보호를 내세우며 지중화 건설이나 노선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 반대 시위를 하는 모습.
한전은 “군산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이 시급해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42기의 시공은 끝냈다. 하지만 나머지 공사는 주민 반발로 2012년 4월부터 중단됐다가 3년여 만인 지난 5월12일 재개됐으나 주민들의 단식농성으로 공정률 61.5%인 상태에서 또 다시 중지된 상태다. 지역주민들은 주민 피해가 적도록 만경강 외곽 방수제를 따라 군산비행장 방향으로 우회하는 노선변경을 대안으로 내놨으나 한전은 이 또한 “미군의 군산비행장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한전 측이 당초 초안 노선대로 공사 재개 입장을 강하게 천명하고 나서면서 한전과 주민간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보다 근본적인 논란은 ‘전력량 부족 여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새만금송전철탑반대 공동대책위(공대위)는 ‘전력량이 3년 동안 증가가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는 반면 한전 측은 ‘전력공급이 부족하다’며 맞서고 있다.
갈등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종합화학기업인 (주)OCI는 태양광발전 소재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 증설을 명분으로 대용량 전력을 군산시에 요청했다. 이에 군산시는 그해 12월 한전과 전력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시책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OCI는 돌연 지난 5월 19일 제4~5공장의 건설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다음 날인 20일에는 한전 직원이 직접 주민들을 찾아와 “군산산업단지의 전력사용량이 110만KW 정도로서 3년 동안 전혀 증가가 없었다”는 언질을 줬다. 이런 정황들은 군산산업단지의 전력이 그다지 시급하지 않음을 강력히 시사한다는 게 공대위의 주장이다.
의혹은 또 있다. 한전이 철탑 공사를 전격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OCI의 발표가 있기 1주일 전인 12일이라는 점이다. 공대위는 한전 측이 명분이 사라지기 전에 철탑공사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시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 측은 “공대위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한전 A 지사장은 “관점의 차이다. 군산산업단지의 경우 OCI와는 별개로 2년 동안 필요한 전력을 OCI 및 다른 기업들에게 제대로 공급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기업에게 전력을 못줘서 전력량 증가가 없었던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한전의 송전철탑 건설이 가져온 또 다른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땅값 폭락이다. 더욱 심각한 건 삶의 터전이 아예 없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다. ‘그저 내 땅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는 것이 주민들의 호소이다. 주민들이 근본적으로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다. 현재로선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갈등 해결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군산이 ‘제2의 밀양’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