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짱짱 슈퍼파워 “의심선수 몇몇 있다”
한화 최진행이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는 2007년 이후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여섯 번째 사례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최진행은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의 일종인 스타노조롤(Stanozolol)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 3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지인이 미국에서 보내온 영양 보충제를 무심코 복용했는데, 그 안에 문제의 성분이 포함된 것을 몰랐다”고 해명하면서 “부주의해서 벌어진 일이다.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했다. 한화 구단과 김성근 감독도 즉각 사과의 입장을 내놓았다. 다시금 금지약물에 대한 선수들의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었다.
# 도핑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되나
‘도핑(Doping)’은 운동선수가 경기 성적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거나 특수한 의학적 처치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도핑테스트는 선수를 약물 부작용으로부터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도핑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2003년, 한국과 일본은 2007년부터 도핑 검사를 강화해왔다.
현재 KBO는 1년에 2회, 팀당 5명의 선수를 무작위로 추출해 도핑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4월에는 외국인선수, 5월에는 국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씩 진행하고, 8월에 전체적으로 한 번 더 검사한다. KBO 경기운영위원과 도핑 파견요원, 각 구단 담당자를 포함한 네 명이 테스트를 관할한다. 무작위 추첨에 의해 도핑검사 대상 선수를 뽑고, 소변 50㏄를 채취할 때까지 파견요원이 밀착 감시한다.
D 선수는 “미리 도핑테스트를 예고하지는 않는다. 전 구단이 같은 날 검사를 받는 게 아니라 팀별로 모두 다르다”며 “경기가 끝난 뒤 독립적인 공간에 들어가 소변을 받아 제출한다. 전혀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떨리는 순간”이라고 했다.
채취된 소변샘플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센터로 보내진다.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0일 정도 걸린다. KBO의 한 관계자는 “도핑테스트는 얼마나 많은 선수를 대상으로 하느냐보다 불시에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궁극적인 목적은 약물을 복용한 선수를 잡아내는 게 아니라 선수들에게 항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번 도핑테스트에서는 총 50명의 선수 가운데 최진행을 제외한 나머지 49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최진행은 KBO에서 도핑테스트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여섯 번째 사례다. 첫 두 번은 모두 외국인 투수였다. 2009년 삼성에서 시즌 도중 방출된 루넬비스 에르난데스, 그리고 2010시즌 개막 전 도핑이 적발돼 퇴출된 KIA 리카르도 로드리게스가 그 장본인이다. 이후에는 2011년 두산 포수 김재환, 2012년 KIA 포수 김상훈, 2014년 두산 투수 이용찬이 차례로 도핑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금지약물 검출에 따른 징계는 3단계로 나뉜다. 현행 규약에는 1차 위반시 최소 10경기에서 최대 30경기까지 출장을 정지하도록 명시돼있다. 적발된 약물이 경기력 향상 물질일 경우 30경기, 흥분 및 각성 물질일 경우 20경기, 생식호르몬 물질일 경우 10경기의 제재가 각각 내려진다.
도핑 2차 위반시에는 50경기 출장 정지로 제재가 늘어나고, 3차 위반시에는 KBO에서 영구제명된다. 앞서 적발됐던 김재환과 이용찬은 10경기 출장정지, 김상훈은 엄중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용찬은 피부과 치료 때문에 병원에서 처방받아 복용했던 약이 문제가 됐지만, 징계를 피하지는 못했다.
# 왜 도핑의 유혹에 빠지나
도핑테스트의 절차와 징계 수위는 점점 더 까다롭고 엄격해진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 더 많은 선수들이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의혹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유가 있다. 경기력 향상은 운동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선수들은 대부분 체력과 정신력, 기술을 고르게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에는 웨이트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운동능력을 끌어올리고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되는 보충제를 섭취하는데, 이때 바로 ‘스테로이드’라는 강력한 유혹이 찾아온다.
E 선수는 “아무리 강한 약물이라도 대부분 3개월이면 체내에서 다 빠져 나간다. 그 기간을 잘 계산하기만 하면 도핑검사 시기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을 아는 선수들도 많다”며 “공식적으로 확인된 점은 없다는 전제하에, 알 만한 사람들끼리는 다들 의심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몇몇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진행의 소변에서 검출된 스타노조롤은 체내에 3주 정도만 머무는 성분으로 알려졌다. F 야구 관계자는 “그 때문에 오히려 ‘금지약물 성분이 보충제에 포함된 줄 모르고 먹었다’는 최진행의 소명이 사실로 느껴진다. 정말 나쁜 의도로 치밀하게 복용했다면 도핑검사 시기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선수들이 끝내 금단의 열매를 선택하는 진짜 이유도 있다. G 야구 관계자는 “경기력 향상 약물의 기능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단기간에 근육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집중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한 시간 내내 고강도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당연히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이때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 두 시간, 더 나아가 세 시간까지 멈추지 않고 힘을 끌어다 쓸 수 있다. 당연히 근육은 한 시간 운동했을 때보다 두 배, 세 배로 붙는다. 그러나 결국은 월급을 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G 관계자는 “그렇게 해서 단기간에 무리하게 불린 근육은 시즌이 시작되고 약물을 끊게 되면 금세 사라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같다. 체육과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은 근력 강화를 돕고, 암페타민 계통의 약물은 경기 도중의 불안감을 줄이면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선수들이 이 부분에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넘기기에는 약물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발각됐을 때 모든 노력을 앗아가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은 물론, 선수 생명이 줄어들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
에너지드링크는 괜찮을까 벌컥벌컥 마시면 심장이 벌렁벌렁 금지약물만 복용하지 않으면 도핑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도핑에 엄격한 일부 야구 관계자들은 늘 “그렇지 않다”고 말해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반대하는 사례가 바로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에너지드링크다. 이 알약은 2003년까지 금지약물로 분류됐다가 2004년부터 금지령이 해제됐다. 지금은 드러내놓고 복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A 야구인은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높여서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오히려 카페인의 효과가 떨어지면 더 멍해지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체력은 그대로 놔두고 카페인으로 정신력만 끌어 올리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체질적으로 카페인에 취약하다는 B 선수도 “호기심에 한 번 먹어봤다가 그 다음날 아침까지 잠을 못 자고 뜬눈으로 지새웠다. 심장이 너무 세게 뛰고 계속 쿵쾅거려서 정말 괴로웠다. 이후로는 절대 손도 안 댄다”고 고백했다. ‘에너지드링크’는 그 알약의 대체 수단이다. 고용량 제제보다는 적고 커피보다는 많은 카페인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효과는 조금 덜해도 부작용은 확연히 줄일 수 있다. 금지된 약물도 아니니 마음 놓고 마셔도 된다. 몇몇 구단은 아예 더그아웃 냉장고에 에너지드링크를 비치해 놓기도 한다. 물론 에너지드링크 역시 과도한 복용은 금물이다. 몇 년 전 C 선수가 경기 초반 갑자기 이유 없이 교체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에너지드링크가 입맛에 맞는다며 여러 캔을 과하게 들이켠 게 원인이었다. 심장이 울렁거리는 증세가 심해져 도저히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여름이면 에너지드링크를 너무 많이 마신 선수들이 탈수와 시력저하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에너지드링크의 효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곤 한다. D 야구 관계자는 “에너지드링크의 성분 자체가 금지약물은 아니지만, 그 음료를 마시는 선수들의 목적은 도핑 정신에 분명히 저촉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경기 중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정 성분의 도움을 받는 의도 자체가 스포츠정신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반면 E 야구 관계자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에너지드링크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제품들보다 카페인 함유량이 현저히 적다. 일반 직장인들이 커피로 졸음을 쫓는 것과 비슷한 사례일 뿐,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은] |
‘최고 용병’ 리오스의 몰락 일본 리그서 덜미 일그러진 22승 영웅 다니엘 리오스(43)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남는 듯했다. 2008년 5월, ‘그 일’이 있기까지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명제였다. 두산 시절 다니엘 리오스. 그러나 한국에서의 위풍당당한 기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리오스는 시즌 초반 2승7패, 방어율 5.46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올리고 2군에 갔다. 설상가상 2008년 5월 진행된 일본야구기구(NPB) 도핑테스트 결과 금지약물의 일종인 ‘하이드록시스타노조롤’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화 최진행의 도핑테스트에서 검출된 바로 그 근육강화제 성분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어빙 산타나, 헨리 메히아가 이 약물 때문에 8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육상 남자 100m의 벤 존슨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단백질 동화 작용을 촉진해 남성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근육량을 빠른 속도로 늘리는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이었다. 결국 NPB는 리오스에게 1년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고, 야쿠르트는 계약 위반을 이유로 리오스를 방출했다. 리오스는 당시 “2007년 12월 미국에서 허리 치료를 받으면서 금지약물이 함유된 줄 알면서도 주사를 맞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NPB 의사위원회는 “전년 말에 복용한 약물이 5월에 검출되는 것은 의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2008년 야쿠르트의 리오스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일본 방송 보도. 이 소식을 들은 한국의 야구팬들도 동시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리오스가 한국 리그를 평정하고 일본으로 향한 직후라 더 그랬다. 2007년의 괴물 같은 성적 역시 ‘약물의 영향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고, 일각에서는 ‘MVP 수상도 무효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실제로 리오스의 일본 진출설이 불거졌던 2007년 말 일본 야구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일본에서 리오스의 약물복용이 이미 소문나 구단들이 영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당시 리오스에게 관심을 보였던 요미우리와 오릭스가 갑자기 발을 빼고, 용병 투수 셋이 이탈해 빈자리 채우기에 급급했던 야쿠르트가 뒤늦게 뛰어들어 리오스를 영입한 정황도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결국 오래지 않아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고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한 용병투수의 업적은 약물로 인해 그렇게 얼룩졌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