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마케팅 뒷얘기

뉴스룸에 뜬 ★ 때론 외면하고파

	▲ KBS 강수정(왼쪽), 노현정

방송사의 ‘아나운서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KBS의 강수정, 노현정 아나운서로 촉발된 일명‘스타 아나운서 신드롬’이 가져온 효과에 고무된 것이다. 하지만 아나운서들의 과한 이미지 메이킹이 낳는 부작용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KBS <상상플러스-올드 앤 뉴>는 그 내용이 최근 식상해졌다는 우려에도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노현정 아나운서 때문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예 활동’으로 안티 팬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던 강수정 아나운서도 논란의 무대가 됐던 <해피선데이-여걸6>에서 최근 하차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 진행과 <연예가중계> MC 역할 등에 충실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들 스타 아나운서들은 방송사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한편 시청률까지 높이며 ‘방송사의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KBS는 월드컵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제작한 ‘월드컵 생활백서’ 광고에 강수정, 노현정 두 인기 아나운서들을 출연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방송국들도 스타 아나운서를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지 않을 수 없다. SBS는 전문 스튜디오에서 아나운서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 홍보책자를 만들고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은 이혜승 아나운서와 미스코리아 출신 김주희 아나운서를 대상으로 기자 간담회까지 개최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손석희 국장 재임 시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MBC도 신임 성경환 국장이 부임하자마자 간판 박혜진 아나운서와 역시 미스코리아 출신인 서현진 아나운서를 기자들에게 ‘소개’시켰다. 신선한 나경은 아나운서에게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마봉춘’ 역할을 맡기면서 노현정 아나운서가 누리고 있는 대중적 인기를 욕심내기도 했다.

이런 아나운서 마케팅에는 어려운 점도 있다. KBS 홍보 관계자는 “아나운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시키면서 너무 상업적이지 않은 적절한 활용 사례를 고민해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아나운서들은 이미지와 품위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기자와 홍보실에 무리한 요구를 해 씁쓸한 뒷이야기들을 남기기도 했다.

	▲ SBS 이혜승(왼쪽), 김주희 아나운서.

이혜승 SBS 아나운서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스타아나운서 신드롬에 대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지나치게 과열된 현실에 대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멘트였다. 하지만 이 얘기가 기사화되자 이 아나운서 측에서 “절대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소설 쓰지 마라”며 강하게 해당 언론사에게 항의했다. 기사 내용이 포털 사이트에서 크게 부각되고 다른 아나운서에게 항의를 받자 입장이 난처해진 것. 이혜승 아나운서가 직접 나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산해진 것은 SBS 홍보실. 결국 당일 기자 간담회 녹화장면을 되돌려 ‘사실 확인’에 들어갔고 그 결과 홍보실 관계자들은 이혜승 아나운서를 대신해 상황을 수습하느라 애를 썼다.

	▲ MBC 박혜진(왼쪽), 서현진 아나운서

비슷한 사건은 MBC에서도 있었다. 한때 인터넷에서 민소매 드레스로 뉴스를 진행하는 박혜진 앵커의 합성사진이 화제가 됐고 한 언론사가 이를 기사화했다. 당시 기자는 이에 대해 MBC 아나운서국장에게 입장을 전해 들었고 “이런 패러디 사진이 제작되고 있는 것 자체가 MBC 뉴스와 박혜진 앵커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이 아닌가”하는 멘트를 그대로 기사화했다.

하지만 문제는 박혜진 앵커 본인이었다. 박혜진 앵커는 이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고 MBC 홍보실은 기사를 삭제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됐다. 결국 MBC 홍보실은 기자에게 기사 삭제를 요구했고 기사는 포털 사이트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런 ‘이미지 집착’에 대해 중견 아나운서들은 따끔한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한 고참 남자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들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일부 아나운서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과도하게 이미지에 집착하는 등 아나운서실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하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한 중견 여자 아나운서가 최근 “아나운서들은 이미지에 신경 쓰기에 앞서 방송 진행 실력을 먼저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의미가 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스타 아나운서들을 만들고 동분서주하는 방송사들의 고민과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할 일은 아나운서의 외모나 끼를 중심으로 한 ‘외적 이미지’보다는 아나운서의 전문성이나 방송 실력을 통한 ‘내적 실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김용호 뉴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