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 몇몇 ‘문제제기’ 논의했지만 “명령만 따라라” “작전지역 사수” 상부의 재교육 받아
그러나 박종준 경호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이라며 “수색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포팀과 경호처 간 대치가 이어졌고, 결국 오후 1시 30분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하고 철수했다. 공수처 측은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언론 공지를 통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서 불법무효인 체포 및 수색영장을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구역이자 경호구역(대통령 관저)에서 경찰 기동대병력을 동원하여 집행하려 했다”면서 “경비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경찰기동대 병력이 수사업무인 영장집행에 적극 가담한 것은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 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불법체포감금미수죄에 해당한다”며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경호처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염두에 두고 비상근무 체제를 갖췄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신문이 접촉한 경호처 직원들에 따르면 내부에선 현 상황에 대한 불안,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다만, 이를 표출하는 것에 대해선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월 1일 통화한 한 직원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 현행범으로 체포된다는 말을 들으니 불안한 게 사실이다. 가족들로부터 걱정된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연말 연초에 집에 가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팀장이 우릴 모아 명령만 따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린 명령에 움직이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진짜 나중에 문제가 안 될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경호처 직원들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내부 단속이 이뤄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직원은 보다 구체적인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2024년 마지막 날, 몇몇 고참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계엄이 잘못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내란죄 피의자이고,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 집행을 막는 게 맞느냐는 내용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경호처 분위기상 그럴 순 없었다. 오히려 상부로부터 지침을 재교육 받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작전지역(경호구역)을 사수하라는 내용이었다. 대통령과 관련된 말은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무슨 죄냐. 또 공수처 체포팀도 마찬가지다. 양측 다 지시를 받았을 뿐”이라면서 “법으로 정하건, 서로 합의를 하건 충돌 없이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