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감소로 역세권 등 일부 지역 반등 가능성…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한계 분명하단 지적도
#아파트 대체재로 오피스텔 관심 '쑥'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 규모가 역대 가장 작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체재로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전국 158개 아파트 사업장에서 총 14만 6130가구가 분양될 예정으로 나타났다. 조사 이래 가장 저조한 수치였던 2010년 17만 2670가구의 최저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역대 최저 기록이다. 아직 분양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1만 1000여 가구의 잔여물량을 포함하더라도 16만 가구에 미치지 못한다.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파트 매수 희망자들 중 오피스텔로 일부가 눈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심화된 집값 하락과 전세사기 우려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오피스텔 시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피스텔 청약경쟁률도 2024년부터 소폭 회복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전국 단지별 평균 청약경쟁률은 63.17 대 1이었으나 2023년에는 8 대 1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다. 그런데 2024년 1월~10월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4.12 대 1로 최저점을 찍은 후 반등하는 모양새다.
특히 초역세권, 직주근접, 대단지 주상복합 등의 특징을 지닌 오피스텔 위주로 상당한 수준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청약접수를 받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판교밸리자이 2단지’의 경우 97.20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판교와 가깝고 전용면적 59·84㎡ 구성으로 아파트 대체재로서 주목을 받았다.
서울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의 초역세권에 위치한 서대문구 ‘경희궁 유보라’의 경우 90.82 대 1,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도보 2분 거리인 영등포구 ‘파크라움 여의도’의 경우 47.10 대 1의 청약경쟁률이 집계됐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와 연결된 동탄역 인근에 위치한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의 역시 31.30 대 1로 두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정부의 세제 혜택 및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 매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면서 자금조달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오피스텔을 구매해 월세를 놓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텔 공급량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오피스텔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사기에 대한 이슈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수익률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 아파트에 비하면 오피스텔 가격은 상승하지 못한 국면이 있다 보니까 저가 매수에 대한 기대심리도 있다”라며 “주요업무지구의 경우 역세권은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청약시장도 소폭 개선됐다는 건 긍정적인 측면으로 봐야 할 거 같다”라고 논평했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는 오피스텔의 경우 전세시장에서 수요가 있다. 아파트 공급 감소로 비주택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역세권 중심으로 규모 있는 오피스텔을 공급하려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분양이 안 된 물건들은 우선 임대를 내준 후 서서히 분양해나가는 추세도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 수요가 있는 한 매수자가 수익률을 보고 들어오기 때문에 올해 오피스텔 시장 전망은 괜찮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그러나 오피스텔 시장 개선은 일부 입지가 유리한 물건 등에 한정됐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국의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등으로 향후 아파트 시장 가격은 보합 혹은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1월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12월 다섯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보합(0.00%)을 나타냈다. 오름세가 41주 만에 멈춘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오피스텔이 대체재가 되긴 어렵다. 약간만 더 지출하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오피스텔을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공급이 줄어도 아파트 시장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지금 공급도 적고 지난해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곳들도 대규모 분양이 아닌 잔여물량이 많았고 이마저도 비싸면 흥행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월세 상승 등으로 오피스텔 수익률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매매가가 하락한 탓에 수익률이 개선된 ‘착시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0.03% 올랐으나 11월 다시 0.01% 내리며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국 오피스텔 가격은 2022년 7월 이후 28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으며 지난해 12월 청약받은 오피스텔 중 서울 외 오피스텔은 모두 미달 사태를 빚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부족해서 전세 가격이 올라가면 ‘꿩 대신 닭’을 찾는 심정으로 신축 오피스텔 찾아볼 것이고 수도권의 경우 입지가 좋고 공급이 적고 전세 사기 우려가 없는 곳들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은 아파트도 미분양이 심하기 때문에 오피스텔은 대책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오피스텔의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도 거의 불가능해 노후화 등 감가상각에 취약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권일 팀장은 “현재 부지 상태에서 거의 최대한까지 지원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오피스텔 시장이 개선된다고 해도 한계가 명백하다”라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또한 “임대차를 놓기 위한 투자 수요, 시세차익을 누리려는 투기 수요가 들어와야 하는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없고 전세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전세 수요도 낮다”라며 “신혼부부 등을 제외하면 실거주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분양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너무 불투명한 상황이라 시장이 나아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