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한계야 한계’
[일요신문] 관세청 발표가 있기 전 서울시내 면세점사업의 대기업 후보로는 지난 5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 설립한 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 현대백화점의 현대DF, SK네트웍스의 4파전으로 내다봤다.
최태원 회장
면세점업계 강자인 롯데는 과점 논란 때문에 더 이상 면세점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여겼다. 지난 2월 인천공항 면세점 전쟁에서도 압승한 데다 제주시내 면세점 운영권도 다시 가져가면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에 대해서는 롯데 스스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롯데 내부에서도 “굳이 전쟁터에 뛰어들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당초 대기업 중에서는 신라와 신세계가 유력했다. 현대백화점이 다크호스였고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평가와 관련해 한 증권사와 다툼이 벌어지고 신라가 과점 논란에 휩싸이면서 4순위로 평가받던 SK네트웍스가 급부상했다.
서울 을지로의 SK네트웍스 사옥.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 경쟁에 뛰어들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입찰 경쟁에서는 아무리 홍보전에 힘을 쏟는다 해도 한 단계 올라가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경쟁 초기 SK네트웍스가 다른 업체들보다 홍보전에서 뒤처져 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록 입찰에는 참여했지만 SK 내부에서도 면세점 사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과 HDC신라와 관련해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SK네트웍스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선정 결과 발표 직전에는 옥중에 있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면세점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SK네트웍스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을 따내지 못했다. 경쟁 막판 최 회장의 메시지까지 전하면서 면세점 사업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지난 2월 다 잡았던 것으로 평가받던 KT렌탈을 마지막에 롯데에 뺏긴 것에 이어 또 한 번의 충격이다. 사업 확장을 위한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SK네트웍스의 잇단 실패가 ‘오너 부재에서 오는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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