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말고 ‘가맥’ 한잔 어때?
‘전주 가맥데이’는 일종의 가맥축제로 가맥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며 8월 7일과 8일 한옥마을 인근인 한국전통문화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가맥거리 일원인 이곳에서는 개막식, 가맥 콘서트 및 공연, 가맥 안주 판매부스 운영, 각종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막걸리와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가맥’은 ‘가게에서 파는 맥주’의 줄임말로 소형 상점의 빈 공간에 탁자를 몇 개 놓고 북어포나 오징어 등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파는 곳이다. 전주를 대표하는 가맥은 1980년대 초반 전주시 경원동 일대 작은 가게들이 탁자와 의자 몇 개를 놓고 소규모로 병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가맥(가게맥주) 방송화면 캡처.
물론 타 지역에도 ‘가맥’이 있지만 역사나 문화는 전주를 따라오지 못한다. 역사로 보자면 만 30년이 넘었을 정도로 이제는 전주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가맥 집은 현재 300곳 이상이 영업 중이며 맥주 한 병에 2500원으로 저렴하다. 지갑이 얇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맥주를 즐길 수 있어 가맥 집을 선호한다. 여름에는 야외에 놓인 탁자와 에어컨이 틀어진 실내까지 갖추고 있어 열대야에 잠 못 드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안주는 갑오징어나 황태, 계란말이, 땅콩 등 간단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중 백미는 단연 ‘갑오징어’다. 갑오징어는 오징어보다 질겨서 망치로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하는데 가맥 집마다 갑오징어를 찍어 먹는 양념장이 달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가맥집의 원조 격인 경원동 J 슈퍼의 갑오징어는 술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런 가맥 풍경은 색다른 경험을 바라는 관광객들로부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주시는 이번 축제를 위해 행사 장소 제공과 함께 홍보물 제작 협조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렇다고 전주시가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맥집은 가정용 주류를 업소처럼 판매하는 점이나 음식을 조리해 내놓는다는 점에서 현행 법률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는 전주만의 독특한 술 문화인 것만큼은 사실이라며 ‘묵인 모드(?)’에 들어간 모양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가맥 풍경은 예전에 이웃들이 동네 어귀의 평상이나 그늘에 앉아서 담소하거나 음식을 나눠 먹던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르스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한옥마을과 전통시장 등 전주 전역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연계해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