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마 최강은 나야!” 서울·부경 별들의 전쟁
이번 주에도 총상금 5억 원(우승 2억 7500만 원)이 걸린 또 하나의 빅매치가 열린다. 바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다. 출전신청을 한 마필은 현재 9두에 불과하지만 서울과 부경의 3세 강자들이 총출동했다. 대상경주는 선행마가 우승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전력분석을 한번 해보자.
#라팔(3세·수·9전5/2/1·김종태·김재섭:91)=직전 더비에서 3위를 했다. 당시 체중이 13kg이나 빠지는 등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었다. 게이트도 너무 불리해 자리잡기에 실패, 시종 외곽을 달렸지만 강인한 근성으로 막판까지 선전했다. 더 봐줄 구석이 충분히 있는 말이다. 특히 인코스면 당시 우승마인 영천에이스에 설욕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에이피인디 계열이라 거리적성도 이미 검증된 것처럼 문제 없다.
5월 17일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린 코리안더비(GⅠ) 대상경주에서 영천에이스가 트리플나인을 제치고 우승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영천에이스(3세·수·9전4/3/2·이종훈·백광열:93)=더비 우승마. 당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차분하게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따라와 막판에 힘을 몰아써 더비 우승이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약간의 어부지리성은 있었지만 2마신이나 차이를 벌렸기 때문에 능력은 인정해야 할 듯싶다. 장거리에 약한 메니피 혈통이고 모계도 단거리도 거리적성이 길지 않기 때문에 2000미터에선 과신은 금물이다. 특히 더비 우승마라 집중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 게이트가 중요할 것 같다.
#돌아온현표(3세·수·8전5/2/0·박웅진·권승주:90)=더비에서 5위를 한 마필. 당시 체중이 연속해서 8kg씩 빠진 상태였고 컨디션도 좋지 못했다. 게다가 선행도 실패해 최외곽으로 질주를 했고, 그 여파로 5위를 했지만 기대이상의 끈기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적어도 능력만큼은 검증이 됐다고 봐야겠다. 안쪽 게이트를 배정받는다면 선행승부수를 던질 만하다. 라팔과 마찬가지로 에이피인디계열인데, 모마와 외조부도 장거리 인자를 갖고 있어 거리적성은 이 말이 더 긴 편이다. 문제는 질주습성이 현재까지는 선행에 가까울 만큼 단조롭다는 것인데 이 점만 보완하면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는 기대주다.
#트리플나인(3세·수·7전5/2/0·최병부·김영관:101)=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건 물론 선, 추입도 자유로운 전천후 경주마다. 더비에서 영천에이스에 뒤집기를 허용하고 말았지만 당시 내용을 보면 이 말한테 더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어려운 경주를 했다. 자신의 주행습성을 지키지 않고 초반부터 힘을 쓰며 선두권에 가세해 외곽에서 질주했고, 3~4코너를 돌 때 조금 일찍 스퍼트를 해 이중고를 치렀기 때문이다. 부계와 모계 모두 장거리에 강한 면을 보였기 때문에 거리적성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2000미터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군황(3세·수·8전5/2/0·김태성·박윤규:91)=선행을 나서면 훨씬 더 뛰어주는 말이지만 길게 보고 따라가는 연습을 하고 있고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 더비에서 4위를 했지만 잠재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당시 기수가 초반에 끌리면서 과도하게 힘을 썼고, 종반에도 반박자 빠르게 스퍼트를 하면서 말한테 쉴 여유를 주지 못하고 몰아붙였다는 분석이다. 메니피 자마지만 모계가 장거리 인자를 갖고 있어 거리적성도 긴 편이다. 모래를 맞고 따라가는 데만 적응한다면 부경의 강자들한테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도전마다. 더비 이후 치러진 직전경주에서 체중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였는데 당일 체중회복 여부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불패라인(3세·수·10전4/4/0·류화영·오문식:83)=장관배 대상경주를 노리기엔 아직 덜 영근 맛이 있는 신예 기대주다. 강자들과의 대적경험이 부족한 것도 아쉽다. 다만 오크스배에서 우승한 장풍파랑에게 두 번 연속 이긴 바 있어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전력이다. 특히 직전 경주에선 느린 흐름에서 신세계강자와 챌린지드림이라는 빠른 말을 기어이 이기는 종반 폭발력도 보여줬다. 복병마로 손색이 없는 모습이지만 이번 편성이 워낙 강해 베팅에 포함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록밴드(3세·수·5전4/1/0·정영식·김영관:78)=서울 경마팬들에겐 조금 낯선 마필이고 객관적인 전력도 조금 처지지만 주의해야 할 복병이다. 엑톤파크와 플리에 사이에서 태어난 경주마로 그랑프리까지 석권했던 인디밴드의 전형제마(부마와 모마가 모두 같은 형제)다. 현재 5전 4승 2위1회로 복승률 100%를 기록하고 있고, 짧은 경주경험 속에서도 이미 1800미터까지 거리적응을 했다. 특히 직전경주에선 최후미에서 힘을 안배하고 따라가는 속칭 ‘바닥추입’ 작전을 폈는데도 막판에 총알같은 탄력을 보이며 2위까지 올라왔다. 명백한 작전실패였고 정상적인 운영을 했더라면 우승도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봉(3세·수·9전3/3/0·권익현·김대근:78)=대군황과 함께 서울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출전한 마필. 부계와 모계가 모두 장거리인자를 갖고 있고, 실전에서도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 더 나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물론 단순히 성적만 비교하면 단거리에서 월등한 입상률을 보이고 있지만 편성강도와 경주 과정을 분석하면 스피드형보다는 끈기형에 가깝다는 것이다. 더비 당시에는 가장 거리 손실을 많이 받은 마필로 꼽힐 만큼 최외곽을 돌았지만 우승마와 큰 착차없이 6위를 했다. 모래를 맞고 따라가는 데도 익숙한 말이라 인코스를 배정받는다면 만약을 생각하는 보조베팅 정도는 해야 할 말이다.
#유성파이팅(3세·수·9전5/0/1·오헌봉·최기홍:87)=선행에 나서면 뛰어주고 따라가면 능력발휘를 덜 하는 전형적인 선행마다. 부마인 디디미와 모마인 메기즈프레어 모두 거리 적성이 긴 편이 아니고 현역시절에도 1700미터까지만 활약했다. 서울의 경주로는 2000미터는 출발부터 2코너까지 무려 600미터 이상이 오르막이기 때문에 경주 초반에 힘소모가 많다. 선행을 나서더라도 2000미터를 버티기는 벅찰 것으로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