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보다 쎈 ‘섹시’ 나온다
▲ 누드가 아닌 오윤아의 섹시 화보는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 ||
연예인 입장에선 기분 좋은 변화의 기운이다. 이젠 옷을 벗지 않고 섹시한 포즈의 화보만으로도 거액의 개런티를 챙길 수 있다. 청소년도 이용 가능한 연예인 섹시화보, 그런데 점차 ‘섹시함’의 수위가 누드 버금가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갑작스런 SK텔레콤(SKT)의 성인 콘텐츠 공급 전면 중단 선언으로 발발된 이번 지각 변동은 초대형 쓰나미를 형성해 성인 콘텐츠 업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연예인 누드’로 시작해 1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던 모바일 성인 업계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한 것. 이는 곧 유행처럼 성행하던 ‘연예인 누드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기 마련. 이번 지각 변동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연예인 섹시화보’를 주로 서비스해온 콘텐츠 제작업체(CP)들이다. 모바일 성인 콘텐츠 시장 소비자의 상당수가 이들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연예인 섹시화보 시장 역시 존폐 위기에 직면했었다. 노출이 확실한 누드와 달리 포즈와 야한 의상만으로 섹시미를 연출해야 하는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매출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1억 원 가깝게 치솟았던 연예인 개런티 상한선도 올해 들어 50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지난 3~4월경 바닥을 치고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성인 콘텐츠 공급 중단이라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CP 관계자들은 성인 콘텐츠 계약 종료 시점인 올 가을경부터 성인 시장 소비자들이 대거 연예인 섹시화보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 CP 관계자는 “시장이 확대되면 연예인 개런티도 상승할 것이고 이에 따라 톱스타급 연예인도 섹시화보 시장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 “또한 ‘화보’보다는 ‘섹시’에 중점을 둔 파격적인 콘텐츠 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였다.
이처럼 CP 관계자들이 ‘화보’보다 ‘섹시’에 중점을 두는 까닭은 매출 성적을 좌우하는 기준이 바로 여기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 섹시화보를 촬영해 가장 높은 매출 성적을 기록한 연예인으론 채연, 유니, 한채영, 배슬기, 오윤아 그리고 최근 서비스가 시작된 한나 등이 손꼽힌다. 이에 대해 한 CP 관계자는 “업계에 ‘거유불패’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가슴이 큰 여자 연예인의 섹시미를 한껏 살린 콘텐츠가 대박의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배슬기만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데 이는 10대들이 대거 접속해 엄청난 매출을 올린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 이기용(왼쪽), 한나 | ||
두 번째는 포즈다. 여기서 몸매가 강조된다. 다리 선을 강조해 각선미를 드러낸 모습이 가장 흔한 포즈에 해당된다. 그런데 너무 흔하다보니 차별성이 없어 가슴이 강조되는 포즈가 인기인데 이런 포즈에선 가슴 큰 여자 연예인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거유불패’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이런 흐름은 세미누드도 가세한다. 현재 세미누드 역시 성인콘텐츠로 분류돼나 성인콘텐츠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비 성인콘텐츠인 섹시화보의 영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기용 세미누드의 경우 노출 수위는 섹시화보와 비슷하지만 상반신을 모두 노출한 채 손으로 가슴만 가리는 등 파격적인 사진들이 상당수다. 결국 지금의 세미누드 수준까지 섹시화보가 진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매출이 중요한 CP 입장에선 섹시를 강조한 화보를 제작하고 싶지만 연예인 입장에선 반대로 ‘섹시’ 수위는 낮추고 ‘화보’에만 집중하고 싶어 한다. 한 CP 관계자는 “연예인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가장 난항을 겪는 부분이 수영복 비율”이라며 “누드와 달리 섹시화보 촬영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는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섹시화보가 아닌 품위화보에 가까워 섭외가 어렵다”고 얘기한다. 시장이 확대된다 할지라도 연예인의 적극적인 마인드가 결여된다면 연예인 섹시화보 역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관계자들은 시장 확대를 통해 개런티가 상승하면 이 부분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이라 설명한다.
▲ (왼쪽부터) 박예진, 미나, 현영. | ||
문제가 되고 있는 과대 포장된 스팸 문자에 대해서도 CP 관계자들은 연예인 탓이 크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가수 ○○○ 녹화도중 노출 장면’ ‘○○○ 살짝살짝 다보여’ 등의 문자들이 이에 해당된다. 기껏해야 비키니 수영복 차림이 전부인 섹시화보를 마치 파격적인 누드인 양 과대 광고하는 스팸 문자가 일반인의 휴대폰을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는 별다른 홍보 수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라는 한 CP 관계자는 “가장 흔한 마케팅 방법이 ‘핫 코드’를 활용하는 것인데 인기 연예인들은 이를 거부해 유일하게 남은 수단인 광고 문자를 활용, 다소 과장된 문자를 발송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결국 연예인들이 핫 코드에 사진이 실리는 것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동안 더욱 자극적인 단어로 만들어진 스팸 문자가 발송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안은 성인 콘텐츠 공급 중단으로 인해 연예인 섹시화보 시장이 호황을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섹시’ 코드가 자리 잡고 있다.
“성인 시장 소비자 흡수를 위해 노출은 없어도 누드보다 섹시해 보이는 수준이 최종적인 목표”라는 한 CP 관계자는 “의상은 최소한의 부위만 가리는 수준으로 변해가고 노골적인 포즈의 사진도 많아질 것”이라 얘기한다. 연예인 섹시화보의 경우 청소년 이용자도 상당수라 지나친 섹시에 대한 강조가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엿보인다. 성인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몸짓이 오히려 단속마저 어려운 더 무서운 괴물을 키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