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이탈리아 해킹 업체인 ‘해킹팀’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14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 원장은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다만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해킹) 활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정보위원회에선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사용 의혹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국정원은 지난 2012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해킹팀’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해킹 프로그램(‘RCS’(Remote Control System))을 구입해 운용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이 원장은 “2012년 1월과 7월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대공용의자) 20명을 해킹 대상으로 하는 ‘RCS(Remote Control System)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프로그램 구입 목적을 “대북 해외 정보전을 위한 기술 분석과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개발용”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또 이 원장은 “프로그램은 35개 나라 97개 정보수사기관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차별적 도·감청에 대한 국민 걱정이 많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해킹) 활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어떤 처벌도 받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 해킹 기술 개발상황을 국정원이 문의한 의혹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원장은 “북한과 연계된 공작원들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어 (구입하지는 않고) 해킹 기술 개발을 문의한 바 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야당 측은 진상조사위를 구성,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전망이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 설명만으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국정원을 방문해 현장 확인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정보위를 비롯해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로 당 차원의 ‘국정원 불법카톡사찰의혹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국정원의 구매 대행사인 나나테크 임직원을 국회로 부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