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홍의 ‘중재자’ 될까
이재오 의원, 서청원 최고위원
“아니 그 나이(45년생)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납니까, 비결 좀 알려주세요”라고 누군가 말했고, 이재오 의원은 그 자리에 서서 몇 십분간을 ‘자전거와 대장정’을 소재로 입담을 과시했다고 한다.
“우리 이러지 말고 40년대생 국회의원들을 한번 모아봅시다.”(서상기 의원)
국사회는 이렇게 모였다.
첫 모임에 초선의 박명재 의원(47년생)이 ‘국사회’란 이름을 가져왔는데 만장일치로 지지를 받았다. 박 의원은 “뜻은 각자가 풀이합시다, 형님들”이라 했다. 이후 국사회는 ‘국회에 있는 40년대생 의원들의 모임’ ‘국회를 사랑하는 모임’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 ‘국사를 논하는 모임’ 등등 의원마다 다른 풀이를 내놓으며 옹기종기 모였다고 한다.
이 시니어 그룹은 매달 국회 회기가 있는 달 ‘4일’ 모인다. ‘국4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발족하고 몇 달간은 그 어떤 주목도 받지 못했다. 누구 말마따나 “경로우대모임”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 국회법 개정안 정국에서 이 ‘국사회’는 큰 주목을 받았다. ‘솔로몬의 지혜’를 줄 것 같은 ‘세상의 지혜’를 품은 어르신들의 모임이 혹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최적의 중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모 언론사는 지난 4일 잡혔다 이틀 밀린 국사회 모임을 두고 ‘단독’이라는 이름을 붙여 ‘유승민 사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 보도하기도 했다. 국사회 멤버 중 하나인 초선의 한 의원은 “거부권 파동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우리 국사회”라며 웃었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
국회 바로 앞 한 식당으로 국사회 멤버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멤버들이 그야말로 참 ‘빵빵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서청원 당 최고위원, 이인제 당 최고위원 등 ‘대표급’이 차례로 들어왔고 서상기 의원이 뒤를 잇자 기자들이 “친박계 쪽 의원님들이 많이 오시는데 오늘 유승민 거취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따로 정하실 계획인가요?”라고 물었다.
바로 그때, 이재오 의원의 등장. 한 의원은 “어떤 특정한 입장이 나오기는 글렀소이다”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고 한다.
비박계와 친박이 골고루 섞인 이 국사회에는 25명의 멤버가 있다. 앞서 ‘대표급’ 다선 의원에다 늦깎이 초선 의원까지. 황진하, 송영근, 정수성, 김종태 등 군 장성 출신 ‘사령탑’도 있다. 49년생, 즉 우리나라 나이로 66세가 막내다. 간사는 그래서 김종태 의원이 맡았다고 한다. 극심한 내홍 속에서 우연히도 존재감을 드러낸 국사회, 그 노련미를 발휘할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