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뭔 당이냐구? ‘동서화합’ 주당이야
▲ 17대국회의 대표적 주당으로 꼽히는 김혁규 유인태 이목희 주성영 김덕룡 노회찬 김무성 의원(왼쪽부터). | ||
당시 당선된 2백99명의 국회의원 중 초선의원은 총 1백87명(62.5%)이었다. 국회역사상 가장 높은 비율. 그야말로 정치권이 확실히 ‘판갈이’된 것이다.
17대 국회개원 1년, 이런저런 기록들을 모아봤다.
현역 국회의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의원은 국회 행정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용희 의원이다. 1931년생(75세)인 이 의원은 9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이번까지 4선을 지냈다. 가장 나이 어린 71년생인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5월 말 결혼 예정)과는 무려 40년 차이가 난다. 이 의원이 9대 국회의원에 당선될 당시(1973년) 김 의원은 세 살배기 어린애였다.
17대 국회가 낳은 기록 중에는 불명예스러운 것들도 많았다. 총선 당시 학력을 허위기재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열린우리당 이상락 의원은 지난해 12월 실형이 확정되면서 17대 국회의원 중 첫 의원직 상실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였던 이 전 의원은 총선당시 홍보물 등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처럼 학력을 허위기재했었다.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은 지난 1월7일 17대 국회의원 중 개인비리로 구속된 첫 의원의 기록을 세웠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광주지역 아파트건설 인허가와 관련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였다.
지금껏 한번도 통과된 적이 없었던 현역의원의 ‘체포동의안’은 17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7대 국회가 개원한 지 딱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29일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부결됐다. 참석의원 2백86명 가운데 찬성 1백21표, 반대 1백56표, 기권 5표, 무효 4표. 이 사건으로 인해 여당은 한동안 내홍을 겪기도 했다.
5월4일 현재 17대 국회는 총 3백59개의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그 중 가장 많은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으로 총 36개 법안에 대표발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총 29건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그 뒤를 잇고 있고 김효석 민주당 의원도 19건을 대표 발의했다.
반면 17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지난 1년간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는 김진표 부총리는 단 한 건의 대표발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꼴찌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1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열린우리당 23명, 한나라당 13명, 민주당 1명, 자민련 1명, 무소속 2명 등이었다.
국회 본회의 최저출석률의 불명예는 자민련 이인제 의원에게 돌아갔다. 이 의원은 지난 4월26일 현재 총 43회 열린 국회 본회의 중 단 5회만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석률 11.63%. 그 뒤를 이은 의원은 출석률 48.84%(총 43회 중 출석 21회)를 기록한 민주당 이정일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3월25일 총선 당시 상대당 후보 사무실을 불법도청한 혐의로 구속됐다 4월11일 병보석으로 석방됐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9명 중 4명(이정일, 김홍일, 이낙연, 한화갑)이 출석률 ‘꼴찌 10걸’에 올라 망신을 사고 있다.
반면 출석률 100%를 기록한 의원들도 많았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을 포함한 총 18명의 의원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모두 열린우리당 의원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일요신문>이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2004년 12월26일자, 658호) ‘베스트 졸음 정치인’에는 ‘엽기수석’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압도적으로 선정됐는데 ‘본회의 중에 코를 고는’ 것으로도 유명한 유 의원은 그러나 국회 본회의 출석률 100%를 자랑하고 있다. ‘자더라도 회의장에 가서 자는’ 정치인인 셈.
17대 국회의원 중 최고의 주당(酒黨)으로는 열린우리당 김혁규, 유인태, 이목희 의원과 한나라당 주성영, 김덕룡, 김무성 의원, 그리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경남지사 출신의 김혁규 의원은 ‘동서화합주’라는 독특한 술 문화를 정치권에 퍼뜨린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술은 한 잔의 폭탄주를 출신지역이 서로 다른 2~3명이 나눠 마시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17대 국회가 만든 ‘히트상품’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금연을 시도하는 의원들도 늘어났다. 특히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이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담배 제조 및 유통 금지를 위한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금연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 법안에는 4월 말 현재 1백63명의 국회의원이 서명을 한 상태다. 그러나 실제로 금연에 성공한 의원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 한 두 달 담배를 끊었던 의원들은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대부분 ‘도로아미타불’이 된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 1월1일 담배를 끊은 이후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정도가 눈에 띌 정도. 특히 노 의원의 경우 모친의 소원을 들어준 케이스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금연하기 전까지 노회찬 의원은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과 함께 17대 국회가 낳은 ‘최고의 골초’로 꼽혔다. 이 두 의원은 하루에 2~3갑 이상의 담배를 피울 정도였다. 특이한 것은 민 의원이 바로 박 원장이 추진중인 ‘담배 법안’의 대표발의 의원 중 하나라는 점. 민 의원은 지난해 말 이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금연을 시도했다 불과 며칠 만에 실패한 이후 최근에는 담배를 줄이는 쪽으로 목표를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잡기에 능한 의원들도 속속 그 진가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 부시장 재임시절 ‘자전거 부시장’이라는 별명을 들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정두언과 함께 떠나는 추억의 팝송여행’이란 노래앨범을 발표했을 정도로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17대 국회에서 화제가 된 인물. 평소 “나에겐 연예인의 피가 흐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는 정 의원은 지난해 여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여 만든 밴드인 ‘드림07’의 보컬을 맡아 ‘젊은 그대’ 등을 불러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17대 국회의원들 중 취미가 바둑이라고 밝힌 의원은 1백 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실력은 천차만별. 프로급의 실력을 가진 ‘강호의 고수’가 있는 반면 대부분의 의원들은 ‘동네 바둑’ 수준이었다. 17대 의원들 중 바둑에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고수’로 불리는 의원으로는 단연 변호사 출신의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이 꼽히고 있다. 아마 5단인 문 의원은 지난 2003년 1월 한일의원연맹이 주최한 ‘한일의원 친선바둑대회’에서 우승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문 의원에 필적할 수 있는 한나라당 의원으로는 이종구 의원이 단연 눈에 띈다. 이 의원 또한 아마 5단으로 재경부와 금감위에서 일할 당시 바둑으로 ‘업계를 평정했다’는 평가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문 의원과 이 의원은 아직 ‘서로의 내공’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 두 의원에는 못 미치지만 아마 3단인 이해찬 국무총리가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격투기 유단자들도 눈에 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태권도 3단이며, 검도 2단인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과 유도 유단자인 우리당 채수찬 의원도 ‘몸 좀 풀어본’ 선수로 꼽힌다.